고현수·춘천

나무를 자르고 나서 나무의 몸 안을 본다

나무의 몸속은 티끌도 없이 눈부시다

뿌리의 하얀 뼈를 세우고

세월의 둥근 집을 새겨온 나무의 몸

잘린 나무의 몸속에 싸한 향기 가득하다

몸 밖의 비바람을 키우며

몸 안의 그리움을 따라 돌고

돌아온 나무의 세월 나무는 알았을까

아득히 멀어 끝도 없이 이어진 세상 속 길

잘린 나무의 둥근 길 따라

몸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한 줌의 눈물마저 침묵으로 다져 놓은 하얀 빛

나무의 몸 안에는 천년의 세월 견디며

켜 놓은 둥그런 등불 하나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