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한 강원연구원장

육동한 강원연구원장
육동한 강원연구원장
영동지역의 만성적 물부족 문제가 빈번히 거론되고 있는데 강릉 역시 예외가 아니다.돌이켜 보면 지난 동계올림픽을 물 걱정 없이 잘 치른 것이 새삼 다행스럽게 여겨진다.강릉의 물그릇은 오봉저수지로 생활용수 의존도가 80% 이상이나 된다.농업용수도 연간 750만t 수준을 공급하는 소중한 저수지다.저수지 유역에 강수량이 부족할 경우 바로 물 부족으로 이어질 처지다.

남대천 상황은 어떠한지? 강릉시민의 대표적 친수공간이었던 남대천 상류는 수량이 부족하고 하류는 어류폐사와 악취 민원이 빈번하다.강릉의 역사와 함께한 아름다운 하천.철새와 민물고기의 서식지.그 남대천이 이제는 기피공간이 되어가고 있다한다.도심폐수와 하수처리장 방류수 유입 문제도 있겠지만,수량 부족이 근본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2009년 12월 30일 오후.당시 총리실 국정운영실장이던 필자의 사무실에 산자부,강원도,강릉시,영월군,정선군,한수원 대표가 모였다.도암댐 수질개선과 발전방류 관련 합의 도출을 위한 자리였다.당시 정치·사회적으로 큰 현안이었던 용산참사 수습방안을 그날 새벽 마무리한 경험을 얘기하면서 도암댐 문제도 반드시 해결하자고 당부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아마 우리 지역 현안이어서 필자의 마음도 조금은 급해져 있었을 것이다.

유로변경식 발전용인 도암댐은 1991년 준공됐으나 고랭지 토사유출에 따른 수질악화로 2001년부터 발전이 중단됐다.이후 문제 해결을 위한 관계기관간 논의가 시작됐고 2005년부터는 총리실이 직접 관할하게 된 것이다.이날 모든 기관들이 합의한 양해각서의 주된 내용은 한수원이 도암댐 방류수 수질개선사업을 실시한 후 검증결과를 강릉시와 협의,남대천 수계 발전방류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었다.당시 조정 역할을 맡았던 필자가 내심 최종 결과를 낙관했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발전방류 중단 19년,양해각서 체결 10년이 지난 지금 도암댐 문제는 여전히 그 자리다.초기에 합의이행을 위한 일부 노력은 있었으나 이후 논의 자체가 매우 어려워진 것으로 알고 있다.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칠 전 남대천을 혼자 오르내리며 안타까운 마음을 지우기 어려웠다.

다행히 올 들어 남대천 수질개선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어 적쟎은 기대를 갖게 된다.지난달 어느 토론회에서는 하천유량을 늘려 더 이상의 건천화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생활하수 유입 등 수질개선을 위한 고려사항이 있겠지만 근본 문제는 수량이라는 데 거의 이견이 없는 듯하다.토론에서는 도암댐 역할 재조명과 발전방류를 위한 공론화 필요성도 제기됐다고 한다.

2009년 합의 이후 순탄치 않았던 과정을 보아온 입장에서 어떤 목표를 전제하고 제반 문제를 재논의하자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지역의 물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보다 열린 마음으로 나서야 함은 분명하다.부디 충분한 공론화를 바탕으로 정부와의 협의가 원만히 이뤄져 남대천이 시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예전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해본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