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한 초교에서 1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전나무 살리기에 나섰다고 한다.유원지로 잘 알려진 춘천시 남산면 강촌 인근의 남산초교 이야기다.1922년에 문을 열어 올해 97주년이 되는 학교다.춘천에서는 3번째로 오랜 역사를 지닌 초교로 곧 100년 역사를 자랑하게 된다.이후 느티나무로 수종이 바뀌기는 했으나 개교 당시만 해도 교목(校木)으로 지정돼 학교 상징 역할을 해왔다 한다.

이 나무가 고사(枯死) 위기에 처한 것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태풍으로 가지가 잘려나가고 주변에 담을 쌓으면서 생육에 지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이미 가지가 말라 죽기 시작해 회생할 확률은 20%에 지나지 않지만 학교 측이 발 벗고 나선 데는 까닭이 있다.이 전나무가 학교뿐만 아니라 강촌지역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며 의지를 보인다는 것이다.학교의 역사가 곧 지역의 역사라는 의미다.

나무의 수명을 정확히 측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몇 백 년 된 전나무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오대산국립공원에는 곳곳에 전나무 군락지가 많기로 유명하다.특히 월정사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아름드리 전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데 평균수령이 200년이 넘는다고 한다.이런 전나무의 수명을 감안한다면 이 100년 남짓한 남산초교의 전나무도 자연 수명이 남아있고 회생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소나무 과에 속하는 전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서나 잘 자라며 흔히 볼 수 있다.추위에 강하고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음수(陰樹)다.옮겨 심은 지 7,8년까지는 더디게 자라지만 그 이후 생육속도가 빨라지는 특징이 있다.피라미드형의 나무 모양이 아름다워 정원수로 쓰이기도 하고,크리스마스트리용으로 각광을 받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재질이 우수해 건축이나 가구 재료로서 널리 쓰이기도 한다.

공해 물질이 늘어나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데 에틸렌이나 아황산가스를 비롯한 대기오염에 취약한 것이 약점이다.이 학교 전나무가 위기에 처한 것도 이런 환경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학교 측은 전나무를 회생시켜 학생들의 생태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한다.이 전나무를 살린다는 것은 전나무의 생육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이 학교의 나무 살리기가 그대로 살아있는 교육과정이 되길 바란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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