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지원은 ‘세기의 기회’”…팔레스타인은 반대 시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팔레스타인 측에 낙후한 경제를 개선하기 위해 외부의 자금지원을 받고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쿠슈너 보좌관은 25일(현지시간)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중동평화 워크숍’에 참석해 환영 만찬에 앞서 한 연설에서 “팔레스타인의 경제 발전을 위해 500억 달러를 지원하는 계획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진전에 동의하는 것은 지금까지 풀 수 없었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 조건이다”라면서 지원 자금을 받으면 미국이 제시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슈너 보좌관은 이날 팔레스타인에 대한 자금지원 규모와 용처를 개략적으로 밝혔을 뿐 양측의 정치적 분쟁을 해소하는 정치적 평화안은 자세히 공개하지 않았다.

이어 “팔레스타인의 경제 성장과 번영은 (이스라엘과) 분쟁에 대한 공평한 정치적 해답(평화안)을 받아들여야 가능하다”라며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의 존엄을 존중하는 게 그 해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내 메시지다”라며 “팔레스타인 지도부가 좇을 용기가 있다면 이번 자금지원 계획을 ‘세기의 기회’(Opportunity of the Century)로 부르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는 그가 설계한 팔레스타인 평화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세기의 협상’(Deal of the Century)이라고 했다가 세간에서 조롱의 소재가 된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공개되지 않은 팔레스타인 평화안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쿠슈너 보좌관이 이 매체에 단독으로 설명했다면서 큰 틀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평화안은 ▲예루살렘의 지위 ▲상호 합의한 경계 설정 ▲팔레스타인과 적대적인 이웃 국가(시리아, 레바논, 이란)의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포를 해소하는 안보 협약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요구 해결 모색 ▲이스라엘 정착촌 문제 종식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 해결 ▲수자원 등 천연자원 공유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은 앞으로 10년간 500억 달러를 팔레스타인의 사회 기반시설, 교육, 관광 등 179개 사업에 투자하고 이 가운데 50억 달러는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을 연결하는 통로에 쓰인다.

이 자금은 걸프 지역의 산유 부국이 상당 부분 부담할 것을 미국 정부가 바란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쿠슈너 보좌관 본인이 팔레스타인에 강경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친밀한 유대계인 데다 현재 트럼프 정부가 이스라엘과 밀착한 만큼 이 평화안은 이스라엘에 유리한 방향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편, AFP통신은 쿠슈너 보좌관이 마치 기업의 경영자처럼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면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고 전했다. 정치, 종교적으로 얽힌 팔레스타인 문제를 경제적으로 접근해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 회의에 항의하고 미국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팔레스타인 수천명은 이날 라말라, 베들레헴, 나블루스, 헤브론 등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곳곳에서 미국의 평화안이 팔레스타인을 매수하는 의도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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