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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휘 소설가 인터뷰]참여문학인이 보여주고 싶은 ‘ 잃어버린 세계’

[책] 우리의 여름을 기억해줘

김진형 formation@kado.net 2019년 06월 27일 목요일

▲ 이인휘 장편소설, 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줘 표지
▲ 이인휘 장편소설, 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줘 표지
▲ 이인휘 소설가
▲ 이인휘 소설가
원주 부론면 관덕마을에서 활동하는 이인휘 작가가 냉혹한 사회현실과 신비로운 자연이 교차하는 성장소설로 돌아왔다.지난 해 대통령 표창인 ‘대한민국 문화예술인상’ 문학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하며 거부,세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던 이 작가.열악한 노동 현실을 알리기 위해 20여년간 노동문화 운동을 해온 그는 이달 초 펴낸 책에서 그동안의 무거운 분위기를 내려놨다.이 작가의 첫 청소년 소설인 ‘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줘’는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영상을 전공하는 여고생 ‘산하’가 한 여름 우연히 찾아간 산골 마을에서 웃음과 울음을 잃어버린 소년 정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한 편의 애니메이션 같은 흐름 속에서 두 아이가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를 이뤄가는 모습을 그렸다.태양광 시설 설치를 둘러싼 마을 사람들의 갈등 속에 도시와 시골,개발과 보존,인간과 자연의 이미지가 교차한다.이 대비 속에 그가 던진 메시지는 ‘현실’과 ‘공생’이었다.다음은 26일 진행한 이 작가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노동 관련 소설을 쓰다가 청소년문학에 도전한 이유는.

=“노동문학이라는 말을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소설가면 소설가지 노동소설가가 어디 있겠는가.나는 노동자로 살아왔고 노동운동도 20년 이상을 해왔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이야기 역시 노동이었다.여태까지 글을 써 온 것은 내 삶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어느 순간 공허함이 밀려왔다.같이 활동하던 사람도 나이가 들었고 사람들은 더욱 책을 안본다.문학적으로 높은 가치를 받는 것보다 소통을 하고 싶었다.그런 고민을 하다 청소년들에게도 읽힐 수 있는 글을 써보자.아이들에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자.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지 생각하게 해보자는 취지에서 이번 작품을 쓰게 됐다.”

-기억을 잃고 신비한 능력을 가진 ‘정서’라는 인물을 보면 본인 경험이 많이 투영된 것 같다.

=“원주에 정착한 지 10년이 됐다.처음에는 아내가 아파서 내려왔다가 계속 머물게 됐다.2년 동안은 몸에 좋다는 약초를 캐러 주변에 모든 산을 헤집고 다녔다.그 사이 내가 경험했던 것들,농사지으며 살아온 분들의 모습,텃밭을 가꾸며 느꼈던 것들을 이번 소설에 총동원 했다.”

-소설의 배경으로 ‘청기산’이라는 곳이 나온다.어디인가?

=“원주 부론면에 처음 이사 왔을 때 집 앞산을 청기산이라고 지었다.맑고 푸른 기운을 불러오는 산이라는 뜻이다.나에게는 굉장히 의미가 깊다.”

-청소년의 감성을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제일 걱정한 것은 과연 내가 아이들의 감성 속에 오롯이 들어갈 수 있을까였다.그런데 쓰다 보니까 이상하게 그게 잘 됐고 개인적으로도 쓰는 작업이 아주 재미있었다.”

-작품 중 선생님은 좋은 교육자이지만 날카롭고 현실적이다.

=“학교 선생님조차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자본주의 사회의 물신주의를 받아들이고 있다.영화감독이 되고 싶으면 치열하게 노력해서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한다고 가르친다.한 사회가 가르쳐준 물신주의에 어린아이가 자기도 모르게 젖어가는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결말은 자본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

=“서정적 비극을 통해 이렇게 가면 안되겠다는 자각,자성을 호소하고 싶었다.”

-소설처럼 강원도에도 태양광 발전소 건설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 동네만 해도 산을 부숴버린 곳이 10곳이 넘는다.돈과 연결되는 사업이라면 단단한 장치나 규제가 있었어야 하는데 친환경이면 다 좋은 것 같은 이미지로 안이하게 포장해 버렸다.소설 속 나오는 가뭄 얘기도 지난 해 우리 동네에 있었던 사례에서 따온 것이다.”

-어떤 시각에서는 잔인해 보이기도 한다.

=“청소년들도 웬만한 현실에 대해서 안다.우리가 아이들을 너무 얕잡아 보는 시선이 있는 것 같다.다만 어른들이 잃어버린 아름다운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어른들이 왜 그것을 잃어버렸는지,세상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스스로 판단하게끔 하고 싶었다.살기 위해 무한경쟁에 뛰어든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생각이다.공동선을 만들어가야 한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 이인휘 소설가
▲ 이인휘 소설가
소설가 이인휘는...

서울 출생.1988년 문학 계간지 ‘녹두꽃’으로 등단, 진보생활 문예지 ‘삶이 보이는 창’과 ‘사단법인 디지털노동문화복지센터’를 만들어 노동문화 운동을 해 왔다.현재 한국작가회의 이사이며 해고자 쉼터 그린비네의 지킴이로 활동 하고 있다.‘내 생의 적들’‘건너간다’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고 2016년 소설집 ‘폐허를 보다’로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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