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장마 앞둔 강릉 산불피해지
산사태 우려지 복구 공정률 60%
나무 사라진 산 아래 마을 ‘위태’
주민들 토사 쏟아질까 밤잠 설쳐
“더딘 복구에 물난리 걱정” 한숨

▲ 올해 첫 장마를 앞둔 26일 산사태우려지역에 대한 응급복구 벌목작업으로 휑한 강릉시 옥계면의 한 야산 아래 주택들이 위태롭게 위치해 있다.   윤왕근
▲ 올해 첫 장마를 앞둔 26일 산사태우려지역에 대한 응급복구 벌목작업으로 휑한 강릉시 옥계면의 한 야산 아래 주택들이 위태롭게 위치해 있다. 윤왕근


“산불로 죽을 고비 넘겼는데…물난리까지 나면 큰일나지요.시내에 있는 딸내 집에라도 대피를 가야겠어요.”

올해 첫 장마를 앞둔 26일 산사태 우려지역 응급복구 작업이 한창인 강릉 옥계면 일대 야산.불에 시꺼멓게 탄 나무들이 잘려 군데군데 뭉터기로 쌓여있고 잘려나간 곳은 흙빛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었다.산 중턱 경사면은 한발한발 내디딜 때마다 재와 흙먼지가 날렸고 헐벗은 사면 바로 아래는 민가 수십 채가 있었다.당장이라도 비가 내리면 산 중턱 토사의 먹잇감으로 변할 수 있을 정도로 위태로웠다.

지난 4월 대형산불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이 마을주민들은 또다시 닥쳐올 수 있는 ‘산사태 쇼크’를 걱정하고 있었다.응급복구작업지 인근에 사는 주민 A(69)씨는 “여름 장마가 코앞인데 아직 복구가 안돼 밤잠을 설칠 정도”라며 “산불로 집 잃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수해까지 나면 어떻게 살라는 거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 B(63)씨도 “산불이 났을 땐 정치인이나 유명인사들이 오가더니 막상 산사태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는 지금에는 개미 새끼 한마리도 안보인다”며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을 알지만 장마가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산사태 피난’을 준비하는 주민도 있었다.주민 C씨는 “수해 걱정도 있고 불안해서 여름휴가 삼아 딸네 집에 다녀오려고 한다”고 했다.

산불피해 산림은 일반 산림보다 산사태 위험성이 더욱 높기 때문에 빠른 응급복구가 필수적이다.서재철 환경연합 전문위원은 “나무는 비가 오면 뿌리에서 물을 머금는 담수작용을 하는데 산불피해 산림은 뿌리가 다 훼손된 상태라 산사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장 27일 도 전역에 올해 첫 장맛비가 내릴 예정인 가운데 강릉시 옥계면 산사태 우려지역의 응급복구 공정률은 60%다.강릉시는 복구작업 속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강릉시 관계자는 “4월 4일 산불 이후 중앙대책본부에서 같은 달 30일에서야 피해규모와 복구비 지원을 결정했다”며 “이후 예산심의 등 규정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행정절차를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응급복구 작업에 착수,오히려 복구작업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며 “산사태 등 비상 상황시 인접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계획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릉 옥계면 외에도 도내 산불 피해지역 중 산사태 우려가 있는 곳은 모두 45곳이다.서재철 환경연합 전문위원은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는 응급복구를 일선 지자체에만 맡기지 말고 ‘최대한 빠른 복구를 약속한다’고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산사태 2차 피해 예상지역에 대한 전체적인 상황을 서둘러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왕근·이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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