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프로젝트’ 편견 허문 무대
서로 다른 장애가진 11명 참가
살아온 인생 다양한 방식 표현

▲ 공연예술 워크숍 ‘헬로 프로젝트’ 쇼케이스가 지난 29일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공연예술 워크숍 ‘헬로 프로젝트’ 쇼케이스가 지난 29일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차별과 불평등 안녕! 열정과 가능성 안녕?”

지난 29일 춘천 공연예술연습공간.지체장애인 김수진 씨가 무대 곳곳을 자유롭게 돌기 시작했다.무대를 관객들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울기도 했다.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관객들도 연신 눈물을 훔쳤다.

출생 직후부터 시작된 차별.태어나자마자 말도 할 수 없고,제대로 걷지도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청천벽력 같은 선고부터 대학 진학과 결혼,사업 등 인생의 전환기마다 견뎌야 했던 주변의 시선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김씨가 지금까지 살아온 마흔 일곱해 인생을 독백으로 풀어낸 무대다.

▲ 공연예술 워크숍 ‘헬로 프로젝트’ 쇼케이스가 최근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에서 열렸다.
▲ 공연예술 워크숍 ‘헬로 프로젝트’ 쇼케이스가 최근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에서 열렸다.

하지만 곧 고난을 이겨낸 과정이 몸짓으로 이어졌다.다섯 살 때 처음 떼었던 걸음마의 순간과 출산의 감동,장애인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사회의 편견에 맞서 단단히 싸워왔던 그녀의 이야기들이 자신감있는 몸짓과 함께 깊은 감동으로 관객들에게 전달됐다.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공연예술 워크숍 ‘헬로 프로젝트’ 쇼케이스가 지난 29일 성공적으로 열렸다.

춘천아트프로젝트(대표 최웅집) 주최로 한국·호주 국제창작집단 컴퍼니배드 소속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지난 18일부터 진행한 워크숍의 결과물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여성장애인 단체인 내일을여는멋진여성 강원도협회 회원과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협동조합 매듭 조합원 등 11명이 참여해 자신들의 생각과 느낌을 관객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전달했다.

참가자들은 뇌병변 1급 장애인,지체 장애인,지적 장애인,시·청각 장애인 등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20대부터 60대까지로 구성됐다.

워크숍 결과를 발표하는 이날 쇼케이스에서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인생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억눌림을 이겨내고 사랑과 연대를 표현하는 퍼포먼스가 이어졌고,공연자와 관객이 모두 함께 하는 댄스파티로 흥겹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성공 가능성이 낮다며 사업 지원서에서 낙방한 것도 여러 차례다.

아티스트 박영희 씨는 “언어 방식이나 장애 유형 등이 다른 구성원들이 어떻게 함께 하겠느냐는 인식 때문에 처음에는 성공이 불투명했다”며 “하지만 참가자 모두 몸과 마음의 장벽을 빠르게 허물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공연에 참여한 김남희 씨는 “사회에서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며 살아왔지만 언젠가 나를 표현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조금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믿게 됐다.이번 기회를 통해 눈부시게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연극배우 지유현 씨는 “비장애인 연극도 준비에 6주는 필요한데 단 2주만에 만들어졌다니 믿을 수 없다”며 “짜여진 공연이 아니라 담담하게 표현하는 감정이 그대로 전달돼 훌륭한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한승미 singme@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