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진 수필가

▲ 황장진 수필가
‘뻐꾹 뻐꾹’ ‘뻐꾹 뻐꾹’뻐꾸기가 고요한 아침을 또렷하게 깨우고 있다.소프라노에 가까워 참새나 비둘기 소리는 귀를 한껏 열어야만 들릴 정도다.농·어촌이나 비교적 공기가 쾌적한 지역에서는 제비 소리도 ‘짹짹 짹’ 요란할 것이지만,번식기의 뻐꾸기 울음소리에는 당할 수 없으리라.

산을 타 봐도 들판을 거닐어 봐도 숲이 우거져서인지 뻐꾸기 우는 소리는 사뭇 메아리쳐도 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골짜기나 들을 통째로 샀는지 그 소리는 단연 다른 소리를 누른다.짝 한테 문안 인사를 보내는 걸까,짝을 찾는 걸까? 탁란한 새끼들이 잘 잤는지,배가 고픈 건지 묻는 소리일까? 임시 어미인 붉은머리오목눈이 새끼들 틈에서 먹이라도 얼른얼른 잘 낚아채 먹으라고 독려하는 응원일까?

뻐꾸기는 태어나서 제 집 하나 안 짓고 홀로 사는 떠돌이 새다.송충이, 쐐기 따위를 잡아먹고 산다.그래서 나무 숲에서는 그들이 목청 돋우어 우는 소리에 평화스럽던 아까시나무와 칡꽃들도 쉬 놀라고 만다.뻐꾸기는 푸른 잿빛인데 배는 흰 바탕에 가느다란 검은 가로줄 무늬가 가지런하게 나 있다.눈은 노랗다.크기는 한 뼘 반 정도가 된다.

머나먼 남쪽 따스한 나라에서 살다가 봄이 다가오면 우리나라에 찾아온다.알 낳는 철은 5월 하순에서 8월 상순까지.알을 낳을 때는 가까운 나무 숲에서 망을 보다가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둥지를 비운 틈을 타서 얼른 그 속으로 날아들어 가 알을 낳고 만다.몸을 흔들어 알을 낳는 데는 단 10초도 걸리지 않는다.감쪽같이 하려고 오목눈이 알 하나를 물고 나와 버린다.어미가 몰라보게 알의 모양과 색깔이 비슷한 새의 둥지를 골라 낳는다.주로 파란색 알이다.알은 12∼15개나 낳기 때문에 여러 마리 새들께 신세를 진다.

갓 태어난 나그네 새끼는 곁에 있는 주인 알과 새끼를 둥우리 밖으로 애써서 떨어뜨린다.같이 사이좋게 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배은망덕하다.남아있는 새끼들과 함께 임시 어미 새로부터 태연하게 먹이를 받아먹고 자란다.탁란 성공률은 겨우 10%뿐.눈치를 채는 임시 어미 새가 훨씬 많은 탓.

탁란은 뻐꾸기 뿐만 아니다.전체 새 가운데 1% 가까이가 이렇게 퍼진다.곤충 쪽에서는 더 흔한 일이다.우리나라 인구 수가 날로 줄어들어 국력이 점점 쇠잔해진다.‘뻐꾹 뻐꾹’ 뻐꾸기의 줄기찬 울음소리를 들으며, 무슨 묘수가 없을까…갸웃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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