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진 수필가
산을 타 봐도 들판을 거닐어 봐도 숲이 우거져서인지 뻐꾸기 우는 소리는 사뭇 메아리쳐도 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골짜기나 들을 통째로 샀는지 그 소리는 단연 다른 소리를 누른다.짝 한테 문안 인사를 보내는 걸까,짝을 찾는 걸까? 탁란한 새끼들이 잘 잤는지,배가 고픈 건지 묻는 소리일까? 임시 어미인 붉은머리오목눈이 새끼들 틈에서 먹이라도 얼른얼른 잘 낚아채 먹으라고 독려하는 응원일까?
뻐꾸기는 태어나서 제 집 하나 안 짓고 홀로 사는 떠돌이 새다.송충이, 쐐기 따위를 잡아먹고 산다.그래서 나무 숲에서는 그들이 목청 돋우어 우는 소리에 평화스럽던 아까시나무와 칡꽃들도 쉬 놀라고 만다.뻐꾸기는 푸른 잿빛인데 배는 흰 바탕에 가느다란 검은 가로줄 무늬가 가지런하게 나 있다.눈은 노랗다.크기는 한 뼘 반 정도가 된다.
머나먼 남쪽 따스한 나라에서 살다가 봄이 다가오면 우리나라에 찾아온다.알 낳는 철은 5월 하순에서 8월 상순까지.알을 낳을 때는 가까운 나무 숲에서 망을 보다가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둥지를 비운 틈을 타서 얼른 그 속으로 날아들어 가 알을 낳고 만다.몸을 흔들어 알을 낳는 데는 단 10초도 걸리지 않는다.감쪽같이 하려고 오목눈이 알 하나를 물고 나와 버린다.어미가 몰라보게 알의 모양과 색깔이 비슷한 새의 둥지를 골라 낳는다.주로 파란색 알이다.알은 12∼15개나 낳기 때문에 여러 마리 새들께 신세를 진다.
갓 태어난 나그네 새끼는 곁에 있는 주인 알과 새끼를 둥우리 밖으로 애써서 떨어뜨린다.같이 사이좋게 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배은망덕하다.남아있는 새끼들과 함께 임시 어미 새로부터 태연하게 먹이를 받아먹고 자란다.탁란 성공률은 겨우 10%뿐.눈치를 채는 임시 어미 새가 훨씬 많은 탓.
탁란은 뻐꾸기 뿐만 아니다.전체 새 가운데 1% 가까이가 이렇게 퍼진다.곤충 쪽에서는 더 흔한 일이다.우리나라 인구 수가 날로 줄어들어 국력이 점점 쇠잔해진다.‘뻐꾹 뻐꾹’ 뻐꾸기의 줄기찬 울음소리를 들으며, 무슨 묘수가 없을까…갸웃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