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상지대 교수

▲ 김정민 상지대 교수
며칠 전 교육인적자원부가 사학비리근절을 목적으로 개교 이후 감사를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은 전국 대규모 사립대학 111곳에 대한 종합감사를 시작한다는 보도를 접했다.단신으로 전해져 그리 주목받지 못했을 수도 있으나 대학에 몸 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주무부서 관리감독 부실의 정도가 불가해한 단계를 넘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대통령이 주재한 반부패 정책협의회에서 제기된 사학 혁신의 후속조치로서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교육부의 자기반성과 국민혈세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번 감사의 특징이라지만 사립대학이 7조원에 달하는 정부 재정지원을 받고 있고 심지어 개교 이래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이런 대학의 수가 평균 10개교 중 4개교에 이른다니 만시지탄도 이런 만시지탄이 없다.

최근의 한유총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치원부터 시작해 중·고등학교의 절반,대학의 80% 이상이 사학일 정도로 우리나라 교육에서 사학의 비중과 그 교육적인 영향은 학생 개인 수준을 넘어 국가적으로 지대하다.오죽하면 대학입시를 소재로 한 모 방송 드라마가 제목부터 장안의 화제가 되었겠는가?근대교육의 초창기부터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국민의 교육수요에 부응해 온 역할과 기여에 대한 인정으로 ‘사유재산’임을 강하게 주장하는 그들에게도 국가가 공적기금인 국민 세금으로 재정지원을 해주는 것이다.국민세금이 투입되는 곳은 투명하게 관리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 상식이고,따라서 사학도 투명성을 근간으로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 바램이다.

스스로 정화할 능력이 없는 조직은 외부로부터 감시와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입시나 회계 비리,횡령 등의 중대범죄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비리’,‘부패’,‘족벌’,‘분규’등 전혀 어울려서는 안되는 부정적 단어와 결합되어 연상되는 사학의 현실이 그러하다면 ‘교육부 일부 공무원이 사학과 연결되어 있다는 오명’에도 불구,그동안 거대 교육권력 앞에서는 한없이 작은 모습을 보여 왔던 교육부는 이제라도 종합감사 수준이 아닌,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 교육의 공적 성격 강화를 위한 정책을 제도화해 사학은 물론 한국교육을 개혁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우려스러운 것은 현 사학의 문제가 한국사학의 형성과 전개과정 속에서 고착화된 가족중심의 폐쇄적 운영구조만이 그 원인이 아닌,오랜 시간 우리 사회 지배권력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성장하며 혹자는 ‘한국자본주의의 천민성’이라고 표현한 개인의 소유권을 옹호하는 법적 뒷받침을 받아 매우 고질적이고 심층적이라는 데 있다.때문에 큰 국민적 기대를 안고 시작되는 사상 초유의 교육부 종합감사가 사학비리 척결과 교육혁신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닌,거대 사학권력에게 큰 비바람을 피해가는 수준의 면죄부에 그쳐 본말이 전도되는 것은 아닐까.그래서 한국사학의 후진성을 개혁하고 교육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를 확립할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한 시선을 거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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