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결코 돌아오지 않는 것이 네 가지가 있다고 한다.쏘아진 화살,흘러간 시간,놓쳐버린 기회,입 밖에 낸 말이다.그만큼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일상 속에서 늘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문득 깨닫게 되는 때가 있다.다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지만 무심코 내뱉은 말이야말로 두고두고 회한이 된다.일단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주워 담기는커녕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화근(禍根)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요즘 정치권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데 그 사단(事端)은 말이다.정치가 결국 말로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인은 어쩌면 항상 이런 말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특히 정권을 다시 되찾아야 하는 야당의 대여 공세는 거칠어지기 쉽다.자극적인 어휘를 선택하고 거세게 몰아붙여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야당 정치인이 상대적으로 말의 자기 함정에 빠져들기 쉬운 것이 이 때문일 것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얼마 전 어느 특강에서 “스펙이 보잘 것 없는데도 대기업에 취업을 했다”며 아들의 일화를 소개했다고 말꼬리가 잡혀 곤욕을 치르고 있다.문제가 되자 진의가 그게 아니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당해 검찰의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그는 당 소속의원들이 잇따라 막말 구설수에 오르자 지난 달 “국민의 눈높이에서 깊이 생각하고 말하라”며 주의를 촉구했다.

당의 이미지가 걸린 만큼 삼사일언(三思一言·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함)의 신중한 자세를 주문했던 것인데 얼마 안 가 자신이 걸려든 것이다.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다.일본에서도 자민당 소속의 각료와 정치인들의 실언이 이어지자 ‘실언 방지 메뉴얼’까지 나왔다고 한다.사회적 약자를 더 배려하고,대중의 환호에 흥분하지 말고,말은 되도록 짧게 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행동요령이 들어있다고 한다.

공자와 자공의 문답에 그 해답이 보인다.어느 날 제자 자공이 출세의 방법을 묻자 공자는 “많은 것을 듣되 의심스러운 것을 빼고 나머지를 조심스럽게 말하면 허물이 적다.많은 것을 보되 위태로운 것을 빼고 나머지를 조심스럽게 행하면 후회가 적다.말에 허물이 적고 행동에 후회가 적으면 출세는 절로 온다.(多聞闕疑 愼言其餘 則寡尤 多見闕殆 愼行其餘 則寡悔.言寡尤 行寡悔 祿在其中矣)”라는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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