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박사’ 전중균 교수
복어에 대한 상식·사실
이해하기 쉽게 풀어 저술
맹독 두려움 때문에
가치 인정받지 못한 복어
애정 담아 집중탐구

▲ ‘복어는 복어독을 만들지 않는다’ 표지.
▲ ‘복어는 복어독을 만들지 않는다’ 표지.

“복어도 죽어서 껍질을 남긴다”

중국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복어를 두고 “죽음과 바꿀만한 맛”이라고 했다.반면 다산 정약용은 “젓가락도 대기 전에 소름부터 돋는다”며 복어를 멀리했다.치명적인 독으로 유명하지만 천하진미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복어를 다룬 국내 최초의 인문 교양서가 나왔다.전중균 강릉원주대 해양생물공학과 교수가 쓴 ‘복어는 복어독을 만들지 않는다’는 복어에 대한 상식과 사실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은퇴를 앞둔 ‘독(毒) 박사’ 전 교수는 일본 도쿄대 유학 시절 복어독 보유 동물의 장내 세균이 복어독을 만든다는 사실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밝혀내기도 했다.복어가 오래전부터 인류의 귀중한 식량자원 중 하나였지만 맹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에 이 책을 썼다.책에서는 0.2㎎만 먹어도 치사량인 복어독(TTX·테트로도톡신)에 대한 과학적 사실 뿐 아니라 복어라는 생물에 대한 저자의 애정마저 느껴진다.



■ 복어는 언제부터 먹었을까

인류가 복어를 먹은 역사는 구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 일반론이다.복어를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일본,중국,대만,태국,방글라데시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국한돼 있지만 고대 이집트 왕릉벽화에도 복어가 그려져 있다.경남 김해 수가리 조개무덤에서 대구,농어,돔 등의 뼈와 함께 복어 뼈가 출토되면서 우리 조상들이 신석기 시대부터 복어를 먹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양식한 복어는 독이 없다.

바닥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가두리에서 사육하거나,실내 개방형,폐쇄형 순환수조에서 테트로도톡신이 없는 인공사료를 먹이면서 키운 복어는 독이 없는 복어가 된다.복어를 좋아하지만 독 때문에 먹기를 망설이는 사람도 얼마든지 복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 복어독과 해독제

복어독은 일반적으로 끓이거나 얼려도 조금도 줄지 않는다.안타깝지만 해독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복어독에 중독된 사람은 병원으로 옮기더라도 이뇨제 투여 등 대처요법밖에 할 수가 없다.섭취한 복어독이 치사량을 넘어섰을 경우 대부분 8∼10시간 이내에 사망한다.참고로 정제독 1g은 성인 500~1000명을 사망시킬 수 있는 엄청난 독량이다.


이런 사실들을 200여 페이지에 걸쳐 써내려간 전 교수는 “복어도 죽어서 껍질을 남긴다.죽어서 가죽을 남기는 건 호랑이 만이 아닌듯 하다.호랑이의 박제는 사람들에게 살아생전의 용맹함을 보여줄수 있지만,복어의 박제는 죽어서도 자신의 몸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려는 모습인 듯해 왠지 애잔함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했다.복집을 즐겨찾는 미식가,애주가들이 복지리 한 그릇,복불고기 한 절음 하기 전에 읽어보면 어떨지.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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