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위 “이해·양보로 학교 신축 협의…약속 지켜달라”
도교육청 “주민께 상처 끼쳐 죄송…분열 넘어선 결정에 감사”

지역사회의 반대로 5개월째 첫 삽도 뜨지 못하던 강원 동해특수학교가 내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동해특수학교 설립반대추진위원회(반대위)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통과 분노 속에서도 이해와 양보를 통해 특수학교 신축에 합의한다”고 밝혔다.

반대위는 “학교 설립 과정에서 도교육청은 주민들과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아집과 독선을 보였다”며 “다른 행정을 펼치더라도 쉬운 길을 선택하기보단 사람 냄새가 나는 정책을 펼쳐달라”고 말했다.

동해특수학교는 애초 지난 3월부터 공사에 들어갈 방침이었으나 반대 주민들과의 합의가 번번이 무산되고, 시공 업체 선정 등 절차가 늦어져 답보 상태에 있었다.

반대위는 협의 과정에서 동해교육도서관 이전 금지, 학교 설립을 조건으로 주민들에게 혜택 제공 금지, 공사 과정에서 주민과 꾸준한 소통, 학생 증원을 위한 증축 금지 등 4가지를 약속할 것을 교육 당국에 요구했다.

도교육청과 동해교육지원청이 반대위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날 합의에 이르렀다.



도교육청과 지역 장애아동 부모들은 합의를 이끈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주순영 도교육청 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분열과 갈등을 넘어 상생의 손을 내밀어 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교육기관으로서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먼저 생각하다 보니 주민들께 상처와 염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과 약속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최보영 동해시장애인학부모회 회장은 “이렇게 합의를 이뤄준 주민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지난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혹시라도 상처를 줬다면 사과하고 훗날 서로 웃으며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날 합의를 마친 동해특수학교 건립은 오는 8일부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동해특수학교는 부곡동 옛 남호초교 부지 1만445㎡에 사업비 300여억원을 들여 19개 학급, 학생 129명이 다닐 수 있는 규모로 계획됐다.

특수학교는 시청각실, 돌봄교실, 건강 증진실, 직업 훈련실, 강당 등을 갖추게 된다.

2021년 3월 개교를 목표로 2020년 11월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동해특수학교가 개교하면 인근 학생들이 장거리 통학을 하지 않고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동해·삼척 지역의 일부 장애 학생들은 차량으로 왕복 3시간이 넘는 길을 오가며 강릉, 태백 등 다른 지역의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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