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인쇄박물관 ‘활판 인쇄로 다시 읽는 동백꽃’ 등 3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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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정 작품 '동백꽃' 문선 작업문선은 원고에 쓰인 납 활자를 찾아 뽑아내는 지난한 과정이다.[책과인쇄박물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1970년 이전까지만 해도 책은 글자 틀에 납물을 부어 자모(글자 어미)를 하나씩 만들고, 문선공이 원고에 필요한 활자를 찾아 인쇄판을 짜는 고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빛을 볼 수 있었다.

컴퓨터에 밀려 사라져 가던 활판 인쇄기 등을 구해 김유정 작가의 고향인 강원 춘천시 신동면 증리 실레마을에 둥지를 튼 책과인쇄박물관이 향토색 짙은 그의 작품 3권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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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조판 장면. [책과인쇄박물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에 출간한 책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동백꽃’, ‘봄·봄’, ‘산골 나그네’ 등 단편 소설집 3권이다.

책은 원고에 쓰인 활자를 하나씩 사람의 손으로 뽑아내 조판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단편 소설집 3권을 내는데 무려 3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요즘은 컴퓨터로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책이지만 책과인쇄박물관은 활자 자체만으로도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정성의 무게만큼 잉크가 칠해진 활자의 흔적을 따라 종이를 넘기며 김유정 작품을 읽을 수 있도록 활판 인쇄를 선택했다.

김유정 작품의 언어적 특징인 토속적인 방언과 마치 귀에 들리는 듯한 생동감 있는 표현을 살리기 위해 현대의 맞춤법이나 표준어로 바꾸지 않고 옛 책 그대로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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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판 인쇄를 통해 세상에 다시 태어난 김유정 대표 작품.[책과인쇄박물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1937년 스물아홉 해의 짧은 생을 마감한 김유정 작가는 그의 삶의 마지막 2년 동안 많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작가 개인적으로 절망적이고 가장 삶이 아프던 때에 그의 작품은 반대로 해학적이고, 바보처럼 순수하고, 순수해서 더욱 처절하기도 하다.

그는 고향 춘천 실레마을로 돌아와 생활하며 본 농민들의 가난한 생활과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담하게 작품으로 남겼다.

이번에 활판 인쇄로 찍어낸 김유정 작품집에는 그의 대표적인 단편 소설 17편이 거의 다 실렸다.

앞서 책과인쇄박물관은 지난해 7월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과 ‘못잊어’를 내놓으며 활판 인쇄의 매력을 세상에 알렸다.

전용태 관장은 “시집과 달리 소설은 글자가 방대해 무척 힘들었다”면서 “책을 한 페이지씩 읽으면서 김유정 작가가 글을 썼을 그 시대를 생각하고, 수많은 활자의 숲에서 원고를 손에 들고 한 자 한 자 활자를 뽑아내어 페이지를 맞추어가는 문선공과 조판공의 손놀림을 떠올린다면 김유정 작품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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