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활약으로 한창 UEFA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지난 4월 17일 저녁,프랑스 파리 16구에 있는 지하철 9호선 포뜨 드 썽-클라우드(porte de saint-cloud)역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이들은 역과 가까운 곳에 있는 ‘팍 데 프린세스(Parc des Princes)’라는 축구 전용구장을 찾은 사람들이었다.평상시에는 한적했던 이 지역은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팍 드 프린세스 축구장은 1789년 프랑스 혁명 전까지는 왕실 사람들의 사냥터였다.그러던 것이 19세기 무렵 3200석 규모의 자전거 경기장으로 바뀌면서 본격적인 스포츠 구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한 때는 국제 럭비경기장으로 쓰이기도 하다가 1903년 처음으로 984명의 유료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파리팀과 잉글랜드팀간의 국제 축구경기가 이곳에서 치러졌다.경기결과는 파리팀의 0대11의 참패.이후 이 경기장은 파리 의회가 직접 운영에 나설 정도로 프랑스의 중심구장이 됐다.

1972년 건축가 로제(Roger Taillibert)에 의해 축구 전용구장으로 재탄생한다.이 경기장은 관람석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 탁트인 환경에서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하고,조명 시스템도 타원형 지붕에 통합시키는 등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4만7929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축구 전용구장으로 변모한 이래 지금까지 파리 생 제르맹의 홈구장으로 쓰이고 있다.한 구장의 얘기지만,프랑스 축구의 역사가 거저 쓰여진 것이 아니란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강원 축구도 지난 달 23일 새로운 역사를 썼다.강원FC는 포항 스틸러스와와 홈경기에서 후반 종반까지 0대4로 지고 있다가 5대4의 극적인 역전승하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 축구인의 관심을 끌었다.그런데 역사적인 경기가 치러진 곳은 축구 전용구장이 아닌 육상트랙에 둘러싸여 있는 종합경기장인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이었다.강원도민일보는 어제(9일) 상무와의 홈경기가 열리는 이 경기장에서 ‘강원FC 전용구장 건립’을 위한 캠페인을 펼쳤다.홈팀을 응원하는 열기만큼이나 전용구장에 대한 도민의 염원도 뜨거웠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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