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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길을 묻다

데스크 2019년 07월 11일 목요일
홍종호


눈곱 털지 못한 해가 어둠을 열어젖히고

곰삭아 희뿌연 동치미 거품을 건져냅니다

메밀과 밀가루를 반죽하여 올을 짭니다

여름내 눌러 놓았던 한 다발 까칠한 짝사랑,

삶은 달걀 반쪽과 어슷 저민 배 몇 쪽 고명으로 올려놓고

생각만 해도 이가 덜덜 떨리는

동치미 국물 한 사발에 얼음 동동 띄웁니다

눈으로 입맛 다시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면

북빙양을 떠돌던 부빙浮氷 들 이빨 따닥 부딪고 있습니다.

봄부터 여름까지 몰래한 사랑을 어쩌지 못해

메밀은,제 몸 다 바쳐 사람들의 꼬인 속을 풀어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피라미드를 쌓아 올리면서

태양을 신으로 모셨을 메밀

하늘로 향하는 디딤돌 한 층 두 층 쌓아올릴 때마다

뽀족한 심사가 순해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여름 이겨내는 냉면 맛에 빠지다 보면

우리는,미로 같은 피라미드 속에서

태양의 경전 하나씩 들고 나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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