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곱 털지 못한 해가 어둠을 열어젖히고
곰삭아 희뿌연 동치미 거품을 건져냅니다
메밀과 밀가루를 반죽하여 올을 짭니다
여름내 눌러 놓았던 한 다발 까칠한 짝사랑,
삶은 달걀 반쪽과 어슷 저민 배 몇 쪽 고명으로 올려놓고
생각만 해도 이가 덜덜 떨리는
동치미 국물 한 사발에 얼음 동동 띄웁니다
눈으로 입맛 다시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면
북빙양을 떠돌던 부빙浮氷 들 이빨 따닥 부딪고 있습니다.
봄부터 여름까지 몰래한 사랑을 어쩌지 못해
메밀은,제 몸 다 바쳐 사람들의 꼬인 속을 풀어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피라미드를 쌓아 올리면서
태양을 신으로 모셨을 메밀
하늘로 향하는 디딤돌 한 층 두 층 쌓아올릴 때마다
뽀족한 심사가 순해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여름 이겨내는 냉면 맛에 빠지다 보면
우리는,미로 같은 피라미드 속에서
태양의 경전 하나씩 들고 나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