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직전 한반도 근처에서 생겨나는 독특한 기상현상인 장마는 6월하순부터 7월하순 사이에 ‘지속적으로 내리는 비’를 의미한다.온도차가 큰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서진하고,습기가 많은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남하해 만나 형성되는 ‘장마전선’은 한달여 정도 한반도에 비를 뿌리는데 장마 시작 시기는 6월8일(1971년)부터 7월 5일(1982년)까지 천차만별이고 강수량도 아주 많은 해가 있는 반면 아주 적은 때도 있다.

‘긴 비’라는 뜻의 장마는 예전에 ‘괴로운 비’라는 뜻의 고우(苦雨),흙비를 의미하는 림우(霖雨)나 음우(陰雨)라고도 불렸는데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라는 속담과 ‘석 달 가뭄은 오히려 견디지만/ 사흘 비는 감당하기 어렵다(三月旱猶可/三日雨難堪)’라는 시조처럼 조상들은 가뭄보다 장마를 더 무서워했다.

장마를 일본에서는 바이우(梅雨),중국에서는 메이유(梅雨)라고 부른다.읽는 것은 달라도 한자는 같다.메이유(梅雨)라는 표현은 중국 한나라 시대의 황메이유(黃梅雨) 라는 기록에서 유래를 찾는데 황(黃)은 노랗다는 의미이고,메이(梅)는 매실,유(雨)는 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중국 양자강 상류지역에서 ‘매실이 노랗게 익어갈 무렵 내리는 비’를 뜻한다.

이렇듯 우리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장마가 최근 2년간은 비가 적게 내린 ‘마른 장마’였다.‘마른 장마’의 원인은 북극이 더워지면서 평형상태가 깨져 북쪽에 머물러야 할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와 남쪽의 더운 공기를 막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또 강수패턴이 한번에 많은 비가 내리는 형태로 바뀐 것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도 이미 남쪽지방에서는 장마가 시작됐지만 중부지역에는 이렇다할 비가 오지 않아 감자와 콩,옥수수 등의 농작물 생육이 부진해 농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중부지역의 장마가 사실상 어제(10일)부터 시작됐는데 기상예보대로 평년 수준의 강수량을 보일지 아니면 ‘마른 장마’가 될지는 미지수다.하여간 비가 너무 많이 와도 걱정,너무 안와도 걱정이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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