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포┃옥계 대형산불피해 100일
1033㏊ 산림 잿더미
이재민 조립식주택 거주
“많은 도움에 재기 힘 얻어”

▲ 산불피해로 임시 컨테이너가 설치된 강릉시 옥계면 피해지에서 10일 배수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산불피해로 임시 컨테이너가 설치된 강릉시 옥계면 피해지에서 10일 배수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시뻘건 불길이 집을 삼키던 악몽이 되풀이 됩니다.그러나 다시 힘을 내야죠.”

대형산불 피해 100일 만에 다시 찾은 강릉 옥계면 산불피해지는 아직도 산불 상흔이 완연했다.불탄 나무들이 잘려 나가면서 옥계면의 짙푸른 풍치림 역할을 하던 시내 앞산은 거대한 벌거숭이 민둥산으로 변했고,마을 안길 도로 옆으로는 말라 죽어 잎이 벌겋게 변색된 나무들이 즐비했다.산밑의 불탄 집터 곳곳에는 임시 기거시설인 조립식 주택과 컨테이너 농막이 들어서 이재민들의 상처를 보듬고 있었다.

옥계면은 지난 4월 4∼5일 밤 대형산불로 1033㏊ 산림이 잿더미로 변하고,63가구 128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곳이다.엎친데 덮친 격으로 산불피해 100일을 맞은 10∼11일에는 동해안에 최대 200㎜의 장맛비가 예보되고,10일 오전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옥계면 남양1리 최모(73·여)씨는 요즘 불탄 집터에 설치된 컨테이너 농막에서 혼자 기거하고 있다.한라시멘트아파트가 임시 주택으로 제공됐지만,수천평의 논·밭농사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오가는 불편을 덜기 위해 농번기에 불가피하게 농막 생활을 선택한 것이다.최 씨는 “영감님(남편)이 2주 전에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혼자 지내고 있는데,외딴 곳 이어서 밤이 되면 좀 무섭다”며 “수백년 동안 대대로 물려받은 한옥집이 형체도 없이 불타버린 것이 가장 마음 아프지만,많이들 도와준 덕분에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60년된 한옥 주택에서 논 1만6000평,밭 4000평을 경작하던 허모(65·남양3리)씨는 지난 산불로 집과 경운기 2대,관리기 2대,이앙기 2대를 비롯 농기구 등 모든 것을 잃었다.

허 씨는 “임대했던 땅을 모두 내놓고,올해는 5000평 농사로 줄였다”며 “임시 주택 생활에 큰 불편은 없으나 비가림 차양시설을 못해 비가 와도 창문을 열지 못하는 것이 애로”라고 말했다.

산불로 옥계면 남양 1리 주택과 화실,평생의 역작인 그림과 소품 등 500여점을 모두 잃은 박의현(73·화가)씨는 “LH에서 제공한 임대주택 사용기한이 2년이어서 그 안에 집을 지으려고 하는데,측량 결과 원래있던 집터가 남의 땅이고,내 땅은 그 옆으로 비켜나 있는 바람에 산불피해지 축대 설치나 도로개설 등의 문제로 어려움이 발생하면서 집을 짓는 것이 계속 늦어져 걱정”이라고 한숨을 토했다.한편 옥계면 도직리는 마을 앞 해변의 천막 상가동과 샤워장이 모두 불탄 뒤 아직 복구를 못해 피서철 해수욕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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