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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은 우리에게 십원어치 싸울 일이 없다고 말하네

최삼경 작가

데스크 webmaster@kado.net 2019년 07월 12일 금요일
▲ 최삼경 작가
▲ 최삼경 작가
얼마 전 몽골 울란바토르와 울란우데를 거쳐 이르쿠츠크를 돌아 바이칼 호수를 다녀왔다.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는 풍광도 놀라웠지만,버스를 타거나 기차를 타며 본 거친 사막과 초원,나무들과 넓은 땅덩이가 놀라웠다.몇 시간을 달려도 여전히 같은 풍경을 보여주며 그야말로 나란 존재는 아주 작은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듯하였다.그저 광대한 큼,멈,깊음 등의 단어만 떠올려질 뿐이었다.그동안 살아오며 생각이라고 했던 게 좁은 동네, 좁은 하늘만 보며 살아 온 까닭이 아닐까 하는 회의가 밀려왔다.

하여 삶의 층위조차 배타적이고 강팍한 시선에 갇혀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바다처럼 넓은 바이칼호는 또 어떤가.바이칼은 브리야트어로 신의 바다라는 뜻이다.사방으로 아득한 수평선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산등성이가 지상의 일이라면, 여러 곳에서 달려 온 물방울들이 어울려 쪽빛도 남빛도 아닌 아무런 색도 모르겠는 깊은 수심으로 일렁이는 일은 물의 몫이다.밤이면 북두칠성을 비롯해 생전의 별자리들이 호수 안을 환하게 가득 채울 것이다.소실점이 수평선으로 끝나는 북쪽을 향하여 한참을 앉아 있었다.인근 지역 336개의 강이나 개울에서 이곳으로 모인다고 한다.그렇게 모인 물이 앙가라 강을 거쳐 북극으로 빠져나가는 데는 보통 400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거나 말거나 바이칼은 먼데서 조상의 시원을 찾은 여행객을 어서 오라는 듯 넘실거리고 있었다.호수 안에 있는 알혼 섬에는 신작로와 오래된 봉고차가 관광 상품이 되고 있었다.황토로 된 길은 먼지가 날리는 대로 웅덩이가 패이는 대로 속도를 줄이고 이리저리 피해가면 될 일이었다.어디 한구석 급할 일이 없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자.완벽하고 신박하고 또 빠르고 정확하고 여기에 우아하고 공정할 것까지 요구하는 사회는 기실 세상에 없는 것이다.우리는 혹여 약자끼리 마른 수건 짜기라는 되돌이표 게임에 빠진 것은 아닐까.왜 사는지,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성찰은 없고,상하좌우 편 가르기라는 강박에 빠져있다.일용직 사람들에게 병과 노후를 들이대며 겁박을 하는 보험금융의 사선을 넘는 살풍경이라니.

왜 이렇게 불쌍한 지경에 이르렀을까.서로 발목을 잡으며 인상가면을 쓴 듯 빠르게 거리로 쏟아지는 출근길의 군상들.이번에 하도 넓어서 무심하기까지 한 세상을 보면서,우리도 무언가 작금의 섬나라 논리에 찌들지 말고 대륙의 자손으로 넓고 크고 담대한 마음들을 하나씩 포장해 궁민들에게 선물로 증정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지금까지 왜 달렸는지를 돌아보는 경주마들…근사하지 않은가.경주하자고 나선 것도 아닌데 뛰게 된 이유들, 슬슬 걸어도 될 일을 왜 이렇게 누가 뛰게 만들었는지를 살피는 일들 말이다.하여 마침내 그 원형 경기장을 뒤엎는 모습 말이다.

싸우다 보면 종종 왜 싸우는지를 잊는 경우가 많다.그 이유는 오롯이 그 싸움이 끝나고 평화가 와야 밝혀지는 법이다.애초에 바이칼은 도대체 왜 싸우는지,그럴 이유를 하나라도 대 보라는 듯 느긋하게 출렁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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