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위 패널, 일본의 대북 사치품 불법수출 수년간 지적
과거 활발했던 북일 교역관계·재일동포 활용해 당국 감시 회피

일본이 경제보복 정당화를 위해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 의혹을 제기했지만, 정작 제재 이행을 감시한 유엔 보고서에는 일본이 사치품 등을 북한에 불법수출한 사례들이 지적됐다.

특히 담배, 화장품, 고급 승용차 등 북한 수뇌부와 고위층의 애호품이 다량으로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 일본 수출통제의 허술함을 드러냈다.

14일 연합뉴스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2010년부터 올해까지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 총 10건을 분석한 결과 대북제재 대상 사치품이 일본에서 북한으로 불법수출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채택한 결의 1718호 8항에서 ‘사치품’(luxury goods) 금수조치를 규정한 이래 지금까지 이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원산지를 불문한 모든 사치품이 유엔 회원국의 영토·국민·국적선·항공기를 통해 북한에 제공되거나 판매·이전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대북 사치품 수출은 2008∼2009년에 빈번했다. 품목별로는 벤츠와 렉서스 등 고급 승용차 18대, 담배 1만 개비 및 사케(일본술) 12병, 다량의 화장품, 중고 피아노 93대 등이다.

2010년 2월 14일과 4월 18일에는 화장품을 비롯한 2억4천400만엔(약 26억5천만원) 상당의 사치품이 일본 오사카에서 중국 다롄을 거쳐 북한으로 불법수출됐다.

또 2008년 11월부터 2009년 6월 사이에 노트북 698대를 포함해 총 7천196대의 컴퓨터가 일본에서 북한으로 건너갔다. 패널이 컴퓨터의 최종 사용자로 지목한 평양정보센터는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기관으로 국제사회의 제재 목록에 올라있다.

패널은 2017년 4월 개설된 일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미니소’의 평양지점이 대북 사치품 수출 및 합작기업 설립 금지 제재를 위반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들 사례는 대부분 일본 당국이 패널에 보고한 것으로 당국이 파악하지 못한 불법수출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출업자들은 일본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속임수를 썼다.

패널은 과거 북한과 거래한 일본 기업이나 재일동포가 연루된 점이 일본 내 제재 위반 사례에서 발견된 공통점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수출한 화물의 최종 인수자를 허위로 기재하고, 중국에 있는 중개자를 내세운 뒤 자금세탁을 통해 추적을 회피하는 수법도 활용됐다.

반면 한국의 경우 일부 자동차와 피아노가 일본에서 부산항 등을 경유해 북한에 수출됐다는 언급이 있지만, 직접 한국에서 수출한 사례는 보고서에 적시되지 않았다.

일본은 제재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북한과 교역이 많았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등 친북 세력이 있어 수출이 용이했던 것으로 보인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선진국이라 북한에 필요한 물건들이 있다”면서 “일본이 북일관계 악화로 중단하기 전까지 교류협력이 많았기 때문에 제재 이후에 교류가 완전히 끊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재일동포의 경우 경제적 이유도 있겠지만 조국이라는 생각에 수출을 해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에서 동남아나 홍콩으로 수출했다가 (행선지를) 바꿔치기하는 것은 과거에도 가능했으니 지금도 개연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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