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기사회 정관 개정 의결…“기사회 회원만 기전 출전”


 

이세돌 9단과 한국기원, 프로기사회가 다시 벼랑 끝 갈등 상황에 놓였다.

이세돌이 프로기사회 탈퇴를 원하는 가운데 ‘프로기사회 회원만 한국기원 기전에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이 만들어져 이세돌의 국내 대회 출전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한국기원은 지난 12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정관 개정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정관 제4장 23조에 ▲ 본원이 정한 입단 절차를 통해 전문기사가 된 자는 입단과 동시에 기사회의 회원이 된다 ▲ 본원이 주최·주관·협력·후원하는 기전에는 기사회 소속 기사만이 참가할 수 있다는 항목을 신설했다.

이는 기사회의 요구에 따라 만든 것이다.

이 정관안의 표적이 되는 기사는 이세돌이다.

이세돌은 2016년 5월 17일 형인 이상훈 9단과 함께 기사회에 탈퇴서를 제출했다.

당시 이세돌 형제는 ▲ 기사회를 탈퇴한 회원은 한국기원 주최·주관 대회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는 프로기사회 규정과 ▲ 회원의 대국 수입의 3∼15%를 일률적으로 공제해 적립금을 모으는 규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러한 행동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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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와 대국한 이세돌
알파고와 대국한 이세돌[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세돌은 한국 바둑을 대표하는 스타 기사다. 특히 인공지능 알파고와 맞서 승리한 세계 유일의 바둑 기사라는 상징성이 있다.

이세돌의 탈퇴를 받아들이기에는 기사회의 부담이 컸다. 이세돌을 시작으로 다른 스타 기사들의 줄 탈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기사회는 정관에 관한 문제를 자체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한국기원에 중재를 요청했지만, 한국기원은 “대화로 해결하라”는 원론적인 대책만 내놓았다.

대화도 흐지부지되면서 결국 해결 대책이 나오지 않은 채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세돌 측이 먼저 움직였다. 이세돌은 최근 한국기원에 ‘탈퇴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기사회가 가져간 자신의 대국 수입 공제액을 돌려달라’며 내용증명을 보내 법정 싸움을 예고했다.

공제액은 약 3천2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회와 한국기원 측은 정관 개정으로 대응하고, 이세돌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적립금 문제뿐 아니라 기사회 정관에 문제점이 많다”고 주장하는 이세돌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이세돌은 지난 3월 중국의 커제 9단과 벌인 3·1 운동 100주년 기념 특별 대국을 마치고 “올해가 마지막인 것 같다”며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거나 휴직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은퇴하면 다시 바둑을 두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다는 문제가 있고, 휴직하면 어설픈 느낌이 있어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휴직을 하더라도 승부사로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굳은 결심을 드러냈다.

이세돌이 당장 한국기원 대회에 출전할 길이 막힌 것은 아니다.

재단법인 한국기원의 정관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소한 문체부 승인이 결정되기 전까지 이세돌은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한편, 한국기원은 임시이사회에서 신임 이사와 감사를 선임했다.

곽영길 아주경제 회장, 김상규 한국바스프 마케팅 담당 임원, 남요원 전 대통령비서실 문화비서관, 박정채 진남개발 대표이사, 전재만 전 태국 대사, 여자기사회장인 김민희 4단 등 6명을 신임 이사로 선임했다. 신임 감사로는 한국기원 이사인 고광록 변호사가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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