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성 변호사
퉁명스런 질문이지만 툴툴거리며 되받아칠 성질의 공격은 아니다.‘글쎄요.법에 정해져 있으니 들으셔야지 별 수 있나요?’라고 대답한다면 이야말로 무성의의 극치라고 밖에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분명히 있다.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내 마음 같지 않은’ 상황을 언젠가 어디에선가는 반드시 맞닥뜨리게 되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교육은 꼭 필요하다고.우리는 두 가지 차원에서 ‘내 마음 같지 않은’ 상황을 경험한다.
첫째,‘나’스스로도 ‘내 마음 같지 않은’ 말이나 행동을 경솔하게 할 때 필자도 그렇거니와,우리는 모든 순간에 자기 자신의 언동을 스스로의 의지와 생각대로 100% 제어하지는 못한다.우리는 종종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곤 하는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이다.때때로 그 자리의 분위기를 띄워보겠노라며 입을 놀렸다가 농담과 성희롱의 경계선을 한 순간에 넘어서 버리는 경우는 상당히 자주 발생한다.아마도 ‘그럴 의도’는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겠나.성희롱의 성립여부를 논할 때에는 성적 목적이나 의도 유무는 따지지 않는 것을.
둘째,설령 ‘나’ 스스로는 인권 감수성을 단단히 다져가면서 말과 행동에 유의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은 ‘내 마음 같지 않을’ 가능성은 계속 남아있다.‘나’는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더라도 ‘나’의 옆 사람이 ‘나’에게 혹은 ‘나’의 곁의 또 다른 누군가에게 해악을 입힐 수도 있다.그래서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피해자 보호를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숙고해 볼 필요는 여전히 그대로인 것이다.
답해지지 않은 물음이 하나 더 있다.‘좋아요.근데 왜 이걸 매년 반복해야 하는 거냐고!’그건 우리 모두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이다.필자야 업무 때문에 평소에도 잊지 않고 살지만,우리들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정말로 급박한 도움을 요하는 피해가 주변에서 발생했을 때 어떠한 도움을 어떻게 제공해 줘야 할지 제대로 알지 못해서 섣부르게 대처한 탓에 피해자의 마음에 더 큰 아픔을 안겨주게 되는 일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대개는 잊고 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쉽사리 잊혀서는 안 되는 것들이기에,법은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짧게라도 주의를 환기해 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취지에서 이들 예방교육을 의무화해 두었으리라.그래서 필자는 오늘도 ‘엄청나게 지겨워하면서 졸음에 겨워할 것임이’ 분명한 또 다른 ‘누군가들’에게 강의를 하러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