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극과 정통 신극이 교차하던 1920년대 신극 최초의 여배우인 이월화는 서른 남짓의 짧은 생애 동안 간호사부터 댄서,기생,배우 등을 거치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민중극단에서 주연 여배우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월화는 연극계 입문 4년만에 ‘천재배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기를 했지만 무절제한 생활과 자기관리 소홀 등으로 피폐한 삶을 살다 1933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강원도의 가치를 세계로’를 모토로 한 강원도립극단이 2019년 정기공연작으로 이 여배우의 생을 다룬 ‘월화-신극,달빛에 물들다’를 택했다.지난해 9월 유료화를 결정하고 올린 첫 연극에서 ‘한국 최초 신극 여배우’를 조명한 것이다.강원도립극단은 이 작품을 지난 5일과 7일 춘천과 원주에서 공연한데 이어 오는 17일에는 속초에서 무대에 올리고 서울서 공연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지난 2013년 12월 창단된 강원도립극단은 2014년 ‘허난설헌’을 시작으로 ‘DMZ 동화’,‘메밀꽃 필무렵’을 통해 강원도적인 콘텐츠를 공연했으며 ‘아버지 이는 하얗다’와 ‘달봉이’를 통해 폐광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아왔다.그런 강원도립극단이 지난해 1000만원의 상금을 내걸고 창작 희곡을 공모, 선정된 작품인 ‘월화’를 정기공연작품으로 선택한 것이다.

올해 창작희곡 공모작품을 무대에 올린 강원도립극단은 내년에는 셰익스피어 작품도 준비중이라고 한다.강원도립극단 김혁수 예술감독은 이번 정기공연을 앞두고 “강원도의 정서는 행정적 차원의 지역성이 아니라 어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동적 정서 그 자체이며 강원도립극단이 지향해야 할 예술세계”라고 밝혔다.강원도립극단의 정체성을 강원도 극복을 통해 찾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무용과 독백극까지 보태진 ‘월화’는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진정 강원도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강원도립극단의 ‘새로운 여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 극단이 강원도 정서를 대변한다는 인정을 도민들로부터 받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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