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석



술도 깰 겸 목욕탕에 갔다

멋모르고 들어간 80도 고온실

1분을 못견디고 땀에 젖어 도망쳐 나왔다

내 몸의 곳곳마다 가득 들어찬 허물 때문에

80도 고온에서 맥을 못 춘다

빈 몸에 비 오듯 땀을 흘린다는 건

80도 고온이 주는 무게가

내 삶의 무게보다 무겁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서 있던 편백나무 발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발길이 오고 갔는지

반들반들 윤까지 난다

80도 고온에서도 끄떡없는 저 힘

자세히 바라보니

목숨을 내어 주고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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