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기소 후 첫 재판…한보그룹 자회사 자금 스위스은행으로 빼돌린 혐의

도피 21년 만에 붙잡힌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3남 정한근 씨의 재판이 18일 11년 만에 재개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정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 위반(재산국외도피) 등 사건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공판준비기일은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간단히 확인하고 향후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다. 피고인이 법정에 나올 의무는 없다.

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의 자금 약 322억원을 횡령해 스위스의 비밀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런 혐의로 1998년 6월 서울중앙지검에서 한차례 조사를 받은 뒤 도주했다. 그해 7월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영장이 집행되지 못했다.

정씨는 국세 253억원을 체납하기도 했다.

검찰은 정씨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임박하자 2008년 9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 도피 및 횡령 혐의로 그를 불구속기소 했다.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한 경우 공소시효가 정지되지만, 정씨가 출국기록을 남기지 않고 해외로 밀항한 상태였기 때문에 시효정지 제도를 적용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기소한 것이다.

정씨의 아버지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의 서곡을 울렸던 ‘한보 사태’의 장본인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다.

정 전 회장 또한 횡령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던 중 해외로 도주해 여러 나라를 전전하다가 지난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밀항 후 다른 사람의 신분으로 해외를 떠돌던 정씨는 2015년부터 부친과 함께 에콰도르에서 지내면서 부친을 돌봤다.

정씨의 소재를 추적하던 검찰은 2017년 정씨가 미국에 체류 중이라는 측근의 인터뷰가 방송된 일을 계기로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정씨와 가족의 소재 추적에 나섰다.

이후 에콰도르와 파나마, 미국 등 5개국의 협조를 받아 정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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