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 회의서 사회책임·공감 강조…日 수출규제 파장 비공식 논의된 듯

▲ 손짓하는 신동빈 회장     (서울=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6일 오전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열기 위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들어오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답변을 하지 않겠다는 손짓을 하고 있다. 2019.7.16      ch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6일 오전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열기 위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들어오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답변을 하지 않겠다는 손짓을 하고 있다.
“우리가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고객, 임직원, 협력업체, 사회공동체로부터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20일 닷새간 일정을 마치고 끝난 롯데그룹의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롯데그룹이 21일 밝혔다.

신 회장은 “오늘날처럼 수많은 제품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기에 특징 없는 제품과 서비스는 외면받게 된다”며 기업이 단순히 대형 브랜드,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것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고 설명했다.

또 매출 극대화 등 정량적 목표만 설정하는 것이 오히려 그룹의 안정성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어 사회와 공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 속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이에 대한 그룹 차원의 대응책도 논의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회의 공식 석상에서는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은 일본의 경제보복이 본격화하던 5일 일본으로 출국해 11일간 현지에 머물며 롯데와 거래하는 현지 금융권 고위 관계자와 관·재계 인사들을 두루 만난 바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비공식 자리를 통해 일본과 투자·제휴 관계에 있는 계열사 고위 임원에게 일본 현지의 기류를 전달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다수다.

롯데는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는 직접 연관이 없지만, 유니클로나 무인양품, 롯데아사히 주류처럼 일본과 합작사가 많아 국내 불매운동으로 인한 ‘유탄’을 맞고 있다.

신 회장이 이번 회의에서 ‘공감’을 화두로 내세운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일 관계가 악화한 국면에서 일단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면모를 갖춰 기본을 충실히 하자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이날 “기술의 빠른 진보에 따라 안정적이었던 사업이 단기일 내에 부진 사업이 될 수도 있다”며 투자 시 수익성과 함께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권한 이양을 통한 빠른 의사결정과 조직문화 개선을 통한 인재 육성을 꼽았다.

신 회장은 “외환위기와 리먼 사태에 이어 다시 한번 큰 경제 위기가 도래할 수 있지만 이번에도 슬기롭게 헤쳐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한 뒤 “각 사의 전략이 투자자, 고객, 직원, 사회와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올해 사장단 회의는 참석자들이 투자자의 관점에서 각 계열사의 전략 발표를 듣고 가상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롯데칠성음료와 롯데홈쇼핑, 롯데면세점, 롯데케미칼이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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