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가는 기차’인 경춘선이 오늘(25일)로 개통된지 꼭 80년이 됐다.경춘선은 일제강점기 유일하게 우리 자본으로 설립된 경춘철도주식회사가 건설한 ‘사설철도’로 1939년 7월25일 첫 기적(汽笛)을 울렸다.

이처럼 경춘선에 우리 자본이 많이 투입된 이유는 조선총독부가 강원도청을 철도가 없었던 춘천에서 경원선과 금강산선 등 교통의 요지인 철원으로 옮기려는 계획을 세우자 이에 반발한 춘천지역 유지들이 사재를 털어 회사를 설립했기 때문이다.1926년 1월 춘천군민들은 도청이전을 반대하는 대대적인 군민대회를 개최하고 도청을 사수하기 위한 경춘철도사업 추진 조직을 만든 후 인접지역인 양구와 화천,홍천 등의 도움을 받아 1936년 7월20일 경춘철도주식회사를 창립했다.충남도청소재지였던 공주시가 철도유치를 하지 못해 대전으로 도청을 빼앗기면서 소도시로 전락한 것과 대조적으로 춘천은 철도를 건설해 도청소재지를 사수한 것이다.

성동~춘천 간 93.5㎞를 달리던 경춘선은 북한강을 끼고 달리는 풍경으로 유명해지면서 한때 ‘낭만과 청춘의 열차’로 통했다. 1970~80년대 수도권 대학 MT 장소로 마석역 근처의 천마산과 가평역 부근 남이섬 등이 있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곳은 강촌역이었다.경춘선을 지나는 역들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탔다.6·25전쟁 때 화재로 불탄 이후 1958년 다시 지은 경강역은 영화 ‘편지’,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지로 화제가 됐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사람이름인 김유정역으로 바뀐 신남역은 MBC 드라마 ‘간이역’의 무대이기도 했다.

경춘선은 2010년 상봉~춘천간 81.3㎞을 달리는 복선전철이 개통되면서 ‘낭만 기차’에서 ‘수도권 전철’로 바뀌었고 2년후에는 ‘ITX-청춘’이 도입되면서 준고속전철시대를 열었다.경춘선 종착역인 춘천역에서 속초까지 동서고속화철도가 건설되면 80년전 경춘선 개통때 계획했던 경인선과 연계한 중앙횡단철도가 완성되는 것이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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