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못한 상인회서 임시 인도 만들었으나 얌체 주차에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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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림고개에 놓인 방호 블록과 고깔
강원 춘천시 옛 번화가인 육림고개가 상인들과 춘천시의 노력으로 30년 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으나 교통 문제로 상인과 시민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

상인들은 오랜 기간 침체에서 벗어나 겨우 활기를 되찾기 시작한 육림고개가 이런 불편 때문에 다시 외면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육림고개는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다. 가파른 경사면을 오르는 차들은 이동 속도가 빠르고, 통행량도 많다.

좁은 고갯길을 오가는 차들로 지난달에만 접촉사고가 세 차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고, 자칫하면 보행자 교통사고도 일어날 수 있어 시민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나다닌다.

25일 찾은 육림고개 역시 사람들은 차가 우선이 돼버린 좁은 고갯길에서 아슬아슬하게 차를 피해 다니고 있었다.

육림고개 상인회는 시민 안전을 우려, 춘천시에 인도 부재 문제를 거듭 건의한 끝에 올해 3월 고깔과 방호 블록을 끈으로 연결해 도로 한편에 임시로 인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단단히 고정돼있지 않아 가벼운 고깔과 블록은 이리저리 치이고, 주차공간을 찾아 헤매는 운전자들이 이를 치우고 주차하면서 무용지물이 돼버리기 일쑤다.

김정찬(50) 육림고개 상인회장은 “고깔과 블록을 매번 세워놔도 치워버리고 주차하는 차들이 많다”며 “혼자서는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인 안모(69)씨도 “치우고 주차를 했으면 차를 뺄 때 제자리에 다시 옮겨놔야 하는데 그대로 두고 가버린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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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로 만든 보행로와 이를 무시한 주차

상인들은 이 같은 교통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인도 부재와 주차 공간 부족을 꼽는다.

안전을 위해선 인도 설치가 시급한 만큼 상인회에서 상인들 동의 서명을 받아 시에 민원을 넣기도 했으나 “인도를 만들려면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바꿔야 해서 여러 교통안전시설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방통행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심의에 앞서 인근 주민들의 과반 동의가 필요한데 사전 조사 결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인들은 인도 설치가 힘들다면 주차공간이라도 늘려야 안전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현재 육림고개 주변으로 무료주차장 몇 곳 있으나 방문 차량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하다.

2022년 육림고개 주변에 춘천교육지원청 이전으로 해당 대지에 타워형 주차장을 만들 계획이 있으나 그때까지 주차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상인 박모(33)씨는 “주차 공간을 찾다 포기하고 가게 앞에 주차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가게 앞에 대지 말아 달라고 하다가 서로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이처럼 영업 중인 가게 앞에 버젓이 주차하는 얌체 운전자들 탓에 골머리를 앓고, 시민들은 주차공간이 없어서 한참을 헤매거나 결국 유료주차장을 이용해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날린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김정찬 상인회장은 “최근에만 접촉사고가 세 차례나 일어났는데 누구 하나 크게 다쳐야 교통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편리함과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조금씩 양보를 해서 육림고개를 안전하게 만들면 좋겠다”고 바랐다.

춘천시 관계자는 “골목 인도까지 주차하는 차들을 막기 위해 이동시킬 수 없는 화분이나 조형물을 설치해 인도 확보뿐만 아니라 거리 자체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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