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800여 내외국 선수들 “경연이지만 축제, 우리는 태권도 가족”

▲ 평창 세계태권도한마당에 출전한 선수들이 각시탈을 쓰고 탈춤 동작을 가미한 태권체조를 선보이고 있다.
▲ 평창 세계태권도한마당에 출전한 선수들이 각시탈을 쓰고 탈춤 동작을 가미한 태권체조를 선보이고 있다.
 57개국 4천800여 명의 지구촌 태권도 가족이 참가한 ‘2019 평창 세계태권도한마당’이 열린 강원도 평창군 용평돔은 선수들이 내지르는 기합과 객석의 응원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태권도로 하나 되는 세상’이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26일부터 열린 한마당 축제에서 선수들은 품새, 태권체조, 주먹·손날·옆차기 뒤차기·높이 뛰고 멀리 뛰어 격파, 종합격파 부문에서 경연을 펼쳤다.

대회 참가를 위해 짧게는 수개월부터 길게는 1년을 준비한 선수들은 경연에서 긴장을 감추지 못했지만 무대를 내려와서는 경쟁 선수들과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우정을 나눴다.

한마당에 처음 참가해 손날 격파 부문에서 솜씨를 선보인 캐서린 테일러(49·미국) 씨는 “태권도에 빠져서 33년째 매일 연습하는데 한 번도 싫증 난 적이 없다”며 “건강한 몸을 유지하게 해주는 것도 좋지만 성찰을 통해 내면의 힘을 키울 수 있는 게 제일 큰 매력”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외국인 주니어Ⅲ 높이 뛰어 격파에서 우승한 무하마드 후세인(18·이란) 선수는 “대회 우승을 목표로 1년간 매일 4시간 연습했는데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와 기쁘다”며 “이제부터는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을 목표로 더 열심히 훈련할 것”이라고 기뻐했다.

경연에서는 연습한 것처럼 결과가 안 나와도 실망하지 않고 끝까지 절도와 예절을 지키는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말레이시아 선수단을 이끌고 온 이병희 사범은 “예절과 자기 절제를 먼저 배워 몸에 익었기 때문”이라며 “성적도 중요하지만 최선을 다하면 결과에 연연하지 말라고 늘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품새·체조·격파 등을 한 번에 보여주는 팀 대항 종합경연 때는 단체 선수들이 내지르는 기합이 경기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렸고 난도가 높은 격파나 체조 동작이 나올 때마다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10살 때부터 태권도에 빠져 살았다는 니어리으라차차 실비(30·말레이시아) 씨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 태권도인을 만나면 서로 가족 같은 친밀감을 느낀다”며 “상대를 존중하는 에티켓이야말로 화려한 동작보다도 더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이 3번째 참가라는 그는 “성적보다는 연습한 것을 실수하지 않고 선보이는 데만 집중한다”며 활짝 웃었다.

▲ 평창 세계태권도한마당에 출전한 선수들이 종합경연에서 주먹으로 송판 격파를 하고 있다.
▲ 평창 세계태권도한마당에 출전한 선수들이 종합경연에서 주먹으로 송판 격파를 하고 있다.
중국 톈진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제자들과 함께 참가한 우웬진(41) 씨는 “초등학교 때 태권도의 매력에 빠져 태권도 사범까지 됐다”며 “태권도가 없는 인생은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내 삶의 모든 것”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한마당에는 전국 대학의 태권도 시범단 또는 동아리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또는 군부대 시범단의 참가가 돋보였다.

19년째 참가하고 있다는 용인대 태권도 동아리 타이곤의 선수들은 영화 ‘신과 함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귀신과 대결하는 태권용사를 내용으로 종합경연을 선보였다.

이들은 “역대 종합 2위를 한 적도 있어 어깨가 무겁지만 입상을 못 해도 다른 팀의 경연에서 배우는 게 있으니 참가 자체가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며 화이팅을 외쳤다.

경연에서는 외국인 심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신기철 심판위원회 위원장은 “60명 중의 24명이 외국인”이라며 “모두 7단 이상으로 올림픽 등 국제대회 심판자 격을 갖춘 이들이 최대한 공정하게 판정을 내리려고 노력한다”고 소개했다.

2년째 심판으로 참가한 에릭 버스트(56·벨기에) 씨는 “태권도 덕분에 세계 곳곳에 친구가 생겨 늘 마음 든든하다”고 했고, 태권도 9단으로 멕시코서 도장을 운영하며 14년째 심판을 보고 있는 세르지오 차베스(64) 씨는 “일반적인 국제대회는 품새와 겨루기 경연만 있는데 비해 한마당은 격파와 태권체조 등 다양한 종목에서 경연이 펼쳐지기 때문에 태권도의 무도 정신을 선보이는데 최고”라고 반겼다.

국기원 관계자는 “이 행사는 태권도 세계화를 발전시킨 겨루기 일변도를 지양하면서 태권도가 지닌 다양한 가치를 확대하고 발전시키는 한마당”이라고 소개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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