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그저 수사(修辭)가 아니다.이 말이 포장에 불과한 것이라면 생명력이 길지 못했을 것이다.고금을 막론하고 사람 쓰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실제로 사람을 잘 써서 성공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사람을 적재적소에 쓰지 못해 낭패를 보는 일이 흔하다.크든 작든 모든 인사에 통용되는 말이 된 것이다.

역사를 통해 증명되고 다 아는 사실인데,인사실패는 왜 반복되나.인사 성패의 핵심은 인사를 왜 하는가.무엇을 위한 인사인가 하는 원칙과 기본을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에 달렸다.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가 혹은 인사 대상자를 챙기기 위한 것인가.조직이나 국민을 위한 것인가,특정 정파나 진영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인사인가를 보면 될 것이다.

결국 인사권을 축소 지향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사단이 된다.5년 임기의 중반을 지나는 문재인 정부의 성패도 인사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엊그제 청와대 수석 3명을 교체한데 이어 다음 달 초 중폭 개각이 예정돼 있다.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매우 복잡하고 민감하게 굴러가고 있다.이런 때 일수록 기본을 지키고 인재를 널리 등용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소모적 인사 논란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사 한토막이 타산지석이 될지 모르겠다.중국 진(晉)나라 도공(悼公)은 물러나는 중군위(中軍尉) 기해(祁奚)에게 후임 추천을 부탁했다.그가 추천한 인물은 원수지간인 해호(解狐)였다.얼마 뒤 해호가 죽자 이번엔 기오(祁午)라는 인물을 추천했는데,그의 아들이었다.원수와 피붙이를 불문,적임자를 천거한 것이다.

도공은 중군위 부관(副官) 양설직(羊舌職)이 죽자 또 후임을 물었다.이번엔 양설직의 아들 적(赤)을 천거했다.자기 아들에 옛 부관 아들까지 챙겼으니,비난을 샀음직하다.그러나 ‘춘추좌전’에는 탕평(蕩平)의 모범 사례로 전한다.“해호를 추천한 게 아첨이 아니고,아들을 쓴 게 편애가 아니고,부하의 아들을 기용한 게 파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라는 게 이유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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