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페미니스트 교사 집담회
부당처리된 일선 사례 공유
성별따른 현장 고충 털어놔
1020성평등 리더십 캠프
13~59세 여성 25명 참석
연대에너지 발현 고심

▲ 강원도내 교사들과 함께 학교안과 밖의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스쿨미투,페미니스트 교사,우리’ 집담회가 최근 도여성가족연구원에서 열렸다.
▲ 강원도내 교사들과 함께 학교안과 밖의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스쿨미투,페미니스트 교사,우리’ 집담회가 최근 도여성가족연구원에서 열렸다.

‘안전하게 페미할 자유는 언제쯤’
페미니즘 이야기가 학교 담장을 벗어났다.하지만 또다른 안전망을 쳐야 했다.10∼20대 젊은 페미니스트들도 그들끼리 모이고 나서야 속마음을 터놨다.누군가의 편견과 욕설,따가운 시선으로부터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기 어렵다.여전히 ‘안전한 공간’을 찾아들어야 한다.최근 열린 여성캠프도,페미니스트 교사들의 집담회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었다.

■학교 담장 안 송곳
 한 교사는 “낭중지추라는 말이 싫어졌다”고 고백했다.또 다른 교사는 “무력감에 숨이 막힌다”고 했다.지난 26일 도여성가족연구원에서 열린 ‘스쿨미투,페미니스트 교사,우리’ 집담회에 도내 현직 교사 5명이 용기 내 참석했다.그들의 ‘안전한 발언’을 위해 인적사항과 참석 사유 등을 미리 밝히고 초대권을 받아야 참석할 수 있는 자리였다.덕분에 비뚤어진 성 의식이 그대로 드러난 학교 내 구성원들의 잘못된 언행,용기를 내어 피해를 접수했음에도 부당 처리된 학교 일선의 사례들이 생생하게 공유됐다.폐쇄적인 학교조직 내에서 남교사와 여교사,남학생과 여학생으로 나뉘어진 뚜렷한 위계질서와 인식 차이 속에 마주하는 단단한 한계점들이 이들의 증언으로 드러났다.
 교사 대상 성인지 재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교사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이 최대 화두가 되었듯 교과과정 전반에 젠더교육을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옷을 예쁘게 입는 법이 아니라 ’건강한 몸‘이란 무엇인지,다이어트 하고 싶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용기를 내는 것은 아이들이 아닌 국가와 어른들의 몫이라고도 했다.
 성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치마를 입고 학교 출근을 감행했던 이우혁(원주) 초등학교 교사는 “스쿨미투가 많아져야 한다는데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학생들에게 용기를 강요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여학생들 지지 속에 비교적 안전한 공간에서 수업중이라는 전혜영(삼척) 교사는 “도서관 내 페미도서가 닳아있는 걸 보면 학생들과 보이지 않는 동질감을 느낀다”면서도 “여학생들은 여전히 시선과 통제 속에 놓인 대상”이라고 했다.남학생들을 가르치는 최승범(강릉) 교사는 “같은 젠더 관련 화두라도 여교사가 던진다면 어떤 저항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교사 성별에 따른 교육현장의 고충도 털어놨다.집담회 후 한 참석자는 “뭉클하고 뜨거운 자리였다.이런 대화의 기회를 어떻게 더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했다.
▲ ‘1020 성평등 리더십 캠프’ 모둠 토론에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을 주제로 한 토론들이 진행됐다.
▲ ‘1020 성평등 리더십 캠프’ 모둠 토론에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을 주제로 한 토론들이 진행됐다.


■연대의 에너지 어디에 담을까
 “죽여!”,“부숴버려!” 거친 단어들과 함께 축구공이 이곳저곳으로 튀었다.골보다 패스에 집중하라는 진행자 지시에도 골대를 향해 거침없이 공을 차는 여자들.13세부터 59세까지 제각각의 여성 스물 다섯이 모인 ‘1020 성평등리더십 캠프’ 모습이다.도여성가족연구원과 춘천여성민우회가 최근 춘천 서면 강원숲체험장에서 ‘나+나 랜드 거침없이 당당하게’를 주제로 캠프를 열었다.페미니스트들이 자유롭게 본인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을 반영해 깊은 산 속에서 진행됐다.1020세대 페미니스트들은 앞으로 마주해야 할 불평등 대처 방법,페미니즘을 둘러싼 부정적 프레임 속에서 느끼는 혼란 등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고,앞선 시대를 살아온 선배 페미니스트들은 그들을 위로했다.해답 도출 보다는 말할 자유,연대의 자유를 누리는 시간으로 마련됐다.이서영(성수여고 3년) 양은 “페미니스트 성향을 알리면 공격받아 겁먹기도 했는데 걱정없이 말하고 나니 힘을 얻는다”며 “회의적 생각이 들때쯤 다시 이 길이 옳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페미니즘은 모든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 학문”이라고 말했다.남궁순금(57) 춘천여성민우회 초대 상임대표도 “여성운동을 하며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는데 젊은 친구들 얘기를 들으며 오히려 배움을 얻었다”고 했다.
 이같은 행사의 반응이 좋을수록 페미니스트들의 고민도 깊어진다.이미 충분히 쌓여있는 연대의 에너지를 어떻게 안전공간,담장 밖으로 넘기느냐다.정윤경 춘천여성민우회 대표는 “사회자체가 아직 다양한 목소리를 안전하게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안전 공간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행사 이름도 페미캠프로 짓고 싶었지만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성평등리더십 캠프로 했다”고 설명했다.정 대표는 “페미니즘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이나 오해를 줄일 수 있는 대중강좌나 캠프 등을 활성화,다양성을 존중하는 자리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여진·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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