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군생활 지혜 세상과 공유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
대담┃김상수 논설실장
국방TV 유튜브 채널 매주 콘텐츠 소개
30대 초반 손자병법 심취 군생활 활용
“한·일 경제갈등 국민이 먼저 단결해야
장기전 안돼 ‘속전속결’ 해결이 중요
군, 주둔지역과 소통하며 상생 꾀해야
제2의 삶도 국가에 이바지 하길 원해”

▲ 국방TV 손자병법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국방홍보원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병주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박상동
▲ 국방TV 손자병법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국방홍보원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병주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박상동

지난 4월 39년3개월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한 김병주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58)이 손자병법 유튜버로 변신해 화제다.경북 예천에서 태어났으나 강원도에서 초·중·고를 마친 ‘강원인’이다.육사 40기로 임관 군 생활 대부분도 강원도에서 보낸 그다.전역 후에도 미국을 방문해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는가하면 병법서의 고전 손자병법의 전략과 지혜를 전파하는 ‘또 다른 현역’으로 맹활약 중이다.지난 29일 ‘논설위원실 초대석’이 서울시 용산구 국방홍보원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 4월 40년 군 생활을 마감하고 민간인이 됐다.금단현상은 없었나.

“금단현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생각보다 길지는 않았습니다.전역 후 1년간 군 생활을 정리하며 매듭을 짓는 시간을 갖기로 작정했어요.그동안 장병들과 나눴던 리더십이나 손자병법,인문학 등의 교육내용을 정리하고,세상과 공유하기로 했습니다.일단,책을 5권 정도 쓸 생각입니다.기업 등에 나가 강연을 시작했고,유튜브를 통해서 지식을 나누고 있습니다.”

-국방TV와 함께 손자병법 유튜브를 제작 송출하고 있다.이 작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국방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김병주의 손자병법’이란 제목으로 1주일에 한 번씩 콘텐츠를 올립니다.지금까지 7편을 내놨어요.반응이 어떨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습니다.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일부 부대에서는 간부교육에 활용한다고 합니다.지인들로부터도 도움이 된다는 격려를 받습니다.”

-손자병법은 무인(武人) 필독서로 꼽힌다.병법서의 고전이 현대전에도 유효한가.

“손자병법은 약 2500년 전의 병서입니다.총 6109자 13편으로 짧지만 그 안에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전략과 수행 작전과 전술이 망라되어 있습니다.시대를 초월해 각광받는 것은 전쟁이나 인간심리를 변함없는 물리적 현상 즉 자연현상을 통해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손자병법과의 인연은.

“30대 초반 포병여단 작전과장을 할 당시 상관이던 김병관 여단장(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손자병법의 대가(大家)였습니다.그 인연으로 손자병법에 심취하게 됐지요.”

-좋아하는 구절로 ‘선승이후구전(先勝以後求戰)’을 꼽았는데.

“이 말은 이겨놓고 싸운다는 의미입니다.이겨놓는다는 것은 사전에 치밀히 준비를 해놓는 것이죠.학생이 시험을 앞두고 열심히 공부한다면 미리 좋은 결과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마찬가지로 미리미리 준비하고 전투에 임하면 쉽게 이길 수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일단 싸움을 시작하고 이기려고 합니다.그래서 상황이 어렵고 실패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손자병법이 경영과 일상생활에도 적용 가능한가.

“정치지도자나 회사의 CEO,개인이 맡은 업무에 모두 활용할 수 있습니다.일본의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회사 이념을 아예 손자병법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합니다.손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선으로 봤는데,상대에게 화를 낸다든가 혼을 내고 보는 사람들에게 좋은 교훈이 될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의 틈에 낀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한일 관계 악화도 새로운 변수다.손자병법에서 지혜를 찾는다면.

“손자는 먼저 국력을 배양할 것과 동맹을 강조합니다.한국이 부단히 국력을 신장하는 동시에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주변국인 중국,러시아,일본과도 우호관계를 잘 유지해야 합니다.손자병법의 관점에서 보면 국민들이 먼저 단결해야 합니다.그리고 외교활동을 통해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 가야합니다.장기전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이런 갈등은 속전속결로 끝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삼척 항에 북한 목선이 아무 제지 없이 입항하면서 안보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많은데.

“군에서 여러 각도로 파악하고 보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감시 장비들을 첨단화하고 경찰,해군,육군의 협조체계를 유기적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합니다.국민들이 안보에 대해 관심을 갖고 군이 잘못했을 때는 따끔히 질책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그러나 동시에 응원과 지지도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방개혁 일환으로 육군을 중심으로 한 슬림화가 추진 중이다.불가피하다고 보지만,강원도 전방지역의 공동화가 걱정이다.

“저는 군단장 때 지역상품 소비운동을 펼치고,일주일에 한번 간부식당을 폐쇄해 지역식당을 이용하도록 했습니다.군인은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까지도 바칠 의무가 있다고 했는데,협의의 국가는 부대가 위치한 지역이고 협의의 국민은 지역주민입니다.지역과 소통하며 상생을 꾀해야지요.”

-전시작전권 전환과 한미공조의 전선에 이상이 없나.현재 북미 대화 국면으로 한미연합훈련이 크게 축소되고 있는데.

“어떤 이슈든 처음부터 의견이 일치될 수 없습니다.의견 조율과정을 거쳐 합의안을 이끌어내야 하지요.그것이 건강한 관계입니다.초기 이견이 지나치게 부각되다보니 균열이 있는 것으로 비춰진 것 같습니다.작년 수많은 연합훈련 중 UFG(을지프리덤가디언) 하나가 취소됐고 나머지는 대부분 실시됐습니다.UFG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2박3일 지휘소 점령 훈련,전투 참모단 훈련 등 다른 형태로 훈련이 실시됐습니다.한미는 현재 제대별로 또 육·해·공군별로 철두철미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단지 예전에는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적극 언론에 공표했다면 지금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정치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훈련사항에 대해 알리는 것을 자제하는 것입니다.다만 공고한 한미동맹 유지를 위해 민관군이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40년 군 생활을 잘 마친 비결과 좌우명은.

“헌법 5조 2항에 군인은 신성한 의무를 사명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저는 그 ‘신성한’이라는 단어에 군인으로서의 가치를 찾았고 의미를 부여해 힘을 얻었습니다.”

-간부들에게 영어브리핑을 시키고,전문지식을 혹독하게 점검한 것으로 유명하다.반면,병사들에게 관대했다는 평을 듣는다.이런 상박하후(上薄下厚) 지휘방침의 배경은.

“군의 허리인 간부가 중요합니다.영어브리핑을 시킨 것은 전시에 한미가 같이 전쟁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연합작전의 기본은 영어입니다.특히 브리핑을 영어로 시킨 것은 브리핑 내용의 대부분이 군사용어이기 때문입니다.영어브리핑을 하고나면 군사용어에 숙달되고 연합작전이 더욱 수월해집니다.지금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병사들은 미래를 짊어질 인재들입니다.훈련은 엄격하되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봅니다.”

-태어난 곳을 아니지만 성장하고 군 생활의 무대가 된 강원도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

“강원도는 제2의 고향입니다.태백과 강릉에서 초·중·고 시절을 보냈습니다.군생활 하면서 위관 때 양구와 홍천에서, 영관 때 철원에서 보냈습니다.장군이 돼서는 춘천,화천,인제,양구 일대에서 근무했습니다.제 인생의 거의 반은 강원도에서 살았고,많은 정을 쌓았습니다.평창 동계올림픽 때,북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여러 나라들이 올림픽 참가를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당시 저는 이런 불안을 해소하고자 한미연합사 사령관인 브룩스 장군을 설득해 평창을 7번이나 같이 방문했습니다.한미 동맹이 공고하고 미국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음을 대외로 알렸습니다.”

-전역 직전 미국을 다녀왔고,최근 다시 미국을 다녀온 것으로 아는데.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내면서 군사외교와 한미동맹의 첨단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했는데 전역한 후에도 민간외교 활동을 하려 합니다.미국에는 전 연합사령관 브룩스 장군을 비롯해 군지도자와 정치지도자,그리고 민간인 친구들이 있습니다.지속적으로 미국을 방문해 이런 분들과 교분을 유지하며 미국 내 한국의 우호적 여론을 형성할 예정입니다.앞으로는 미국을 더 방문해 안보 연구소나 대학 등에서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는 강연도 할 계획입니다.”

-제2의 삶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제2의 삶도 국가를 위해 이바지하는 형태이길 바랍니다.통일이 저의 세대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통일과 관련된 일을 할 생각입니다.”

-군 장병과 강원 도민에게 한마디 한다면.

“군 장병들의 헌신에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군 복무가 신성하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길 바랍니다.그동안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주신 강원 도민들께도 거듭 감사드립니다.” ssookim@kado.net

[김병주 장군은]

△1962년 경북 예천 출생
△황지중앙초, 황지중, 강릉고 졸업
△육군사관학교 40기 임관
△육군 제2포병여단장(준장)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차장(준장)
△육군 제30기계화사단장(소장)
△육군 미사일사령관(소장)
△육군 제3군단장(중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대장)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