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작업에 시간 걸려” 소재 국산화 조기 달성은 ‘난망’

한일 양국의 갈등이 전면적 ‘경제전쟁’ 양상으로 치달은 가운데 국내 전자업계는 올해 말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대체재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소재·부품 국산화 노력에도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일단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만큼 대체 조달처 확보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쌍두마차’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일본 제품의 대체재를 찾기 위해서는 앞으로 최단 2개월에서 최장 6개월의 테스트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업계는 일본이 지난달 3개 핵심 소재를 수출 규제 대상에 올리면서 고순도 불화수소(HF) 확보에 비상이 걸리자 국내외 업체들의 제품을 끌어모아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도 ‘99.9999999999%’(트웰브 나인)로 알려진 일본 제품과 같은 수준의 품질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순도가 조금 낮더라도 대체만 가능하다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순도 불화수소 재고는 2.5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머지않아 수출 규제의 영향이 가시화한다는 뜻으로, 한시라도 빨리 소재 대체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 규제 ‘영향권’에 있는 LG디스플레이[034220]도 앞서 “중국산과 국산 등 대체재를 찾고 있다”면서 “현재 테스트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으며, 이미 상당히 진전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대체재 확보 노력에 국내 소재 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그룹 계열 반도체 소재 회사인 SK머티리얼즈는 최근 고순도 불화수소 개발을 본격화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최종 검토를 마친 뒤 설비 개발에 착수했으며, 올해 말 샘플 생산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솔브레인이 생산한 고순도 불화수소가 최근 삼성전자의 제품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으나 삼성 측은 “아직 대체 가능한 제품으로 평가된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역시 일본산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소재 파우치 필름의 경우 농심그룹 계열 율촌화학이 국산화하겠다고 나섰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고품질의 일본산 제품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재 국산화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고, 다른 변수들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면서 “국내 소재 업체가 기술력을 확보할 때까지 기다리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당장은 중국, 유럽, 미국 등 기술력이 조금이라도 확보된 지역에서 대체품을 찾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사업 진출 초기에 일본 도레이와 아사히카세이(旭化成)의 특허 침해 소송으로 총 7년여간 발목 잡힌 상태에서 기술 개발을 진행해야 했다.

이처럼 일본 업체들이 높은 ‘특허장벽’으로 신규 진입을 막기 때문에 소재 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밖에 핵심 소재 공급 업체를 교체할 경우 고객사마다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문제도 있어 대체품을 찾더라도 교체가 지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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