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수소탱크 등 영향 없어…생산라인의 일본산 장비 대체는 ‘난제’

▲ 일본 수출 규제 관련 기업 설명회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기계회관에서 열린 일본 수출 규제 관련 기계업계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기계·자동차 분야 일본수출업계 강화 조치 및 대응방안’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2019.7.31     jin9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기계회관에서 열린 일본 수출 규제 관련 기계업계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기계·자동차 분야 일본수출업계 강화 조치 및 대응방안’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한일 경제전쟁’이 본격화함에 따라 자동차업계도 일본산 부품과 장비를 대체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산화율이 높은 업종이어서 단기적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되지만 일본산 사용률을 0%로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사태 장기화에 따른 악영향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가 만드는 자동차의 부품은 95% 정도를 국내 협력사로부터 조달하고 있어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005380] 관계자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을 밝힌 이후 구매 파트 등에서 일본산 부품 사용 현황과 대체 공급선 등을 파악하고 대처해왔다”며 “현재로서는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 가운데 르노삼성차는 일본 부품 의존도가 비교적 높아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따른 생산체계로, 회사 측은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얼라이언스 내부 공급망에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지엠도 제너럴모터스(GM)의 글로벌 생산체계에 따라 일본 영향이 제한적이다.

쌍용차[003620]는 티볼리와 코란도, 렉스턴 스포츠 등에 일본 도요타그룹 계열사인 아이신의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도 포터에는 아이신 변속기를 쓰고 있다.

다만, 차량용 자동변속기는 수출관리 대상인 전략물자에 포함되지 않아 당장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는 한국으로의 수출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바꾸는 것으로, 심사 지연과 허가 여부의 불확실성이 커지지만 완전히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지난 2일 종합대응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부분의 업종은 체계적 대응 시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동차 부품업계도 일본 의존도를 꾸준히 낮춰왔기 때문에 당장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부품업체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산 부품과 소재는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자동차 부품 부문의 영향이 제한적인 이유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유럽과 미국 제품가격이 낮아져 사용이 늘었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단기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계기로 재고를 늘려왔기 때문이다.

부품업계는 대지진 이후 생산에 필요한 일본산 부품·소재 재고는 6∼12개월 분량을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탄소섬유가 전략물자에 포함돼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FCEV) 넥쏘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는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파악됐다.

넥쏘의 수소탱크를 공급하는 일진복합소재는 수소탱크의 원료인 탄소섬유를 국내에서 조달하기 때문이다.

일진복합소재 관계자는 “수소탱크용 탄소섬유는 도레이첨단소재의 구미 공장에서 생산된 것을 사용한다”며 “또한, 도레이첨단소재가 일본에서 수입하는 탄소섬유의 원료도 수입에 차질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연기관 자동차 1대의 부품은 3만개에 이르며 1, 2, 3차 협력사 체제로 일본산을 완전히 국산화하거나 다른 국가에서 조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전장부품에는 일본산 소자와 커넥터 등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전자제어장치(ECU)와 관련된 수정 공진자(crystal resonator)는 일본산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자동차 공장의 생산라인이 일본 제품으로 구성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생산라인의 공정 제어장치인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는 과거 협력 관계였던 미쓰비시 제품들이다.

PLC는 LS산전이나 독일 지멘스 등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현재 공장에 설치된 장비를 모두 교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쓰비시의 PLC 멜섹(MELSEC) 시리즈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각종 제조업 공장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일본산 생산설비를 대체할 수 있는지 내부 조사에 착수했으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산업용 로봇은 화낙(FANUC), 가와사키 등 일본산을 많이 쓰고 있으며 측정기(히오키), 센서(오므론) 등도 일본 제품이 다수다.

따라서 생산설비의 유지보수와 관련한 부품 수급 등에 차질이 빚어지면 부품 공급제한 못지않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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