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서 소녀상 전시 곳곳 훼방…日 “한국과 위안부 불가역 합의” 주장
유럽 최초 소녀상의 비문도 日압박에 철거

일본이 독일의 한 기념관에 상설 전시된 10㎝도 채 안 되는 작은 ‘평화의 소녀상’마저도 기념관 측을 압박해 철거하도록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4일 독일에서 활동하는 한국 관련 시민단체인 코리아페어반트(Korea Verband)에 따르면, 이 단체의 한정화 대표는 지난 2017년 초 베를린 북부 브란덴부르크주(州)의 소도시 라벤스브뤼크의 옛 나치 강제수용소 기념관(Ravensbruck Memorial)에 ‘작은 소녀상’을 선물했다.

기념관 측은 의미가 깊은 선물이라며 같은 해 4월부터 여러 작품과 기념품을 모아 놓은 기념관 입구에 작은 소녀상을 전시했다.

기념관을 찾는 이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위치였다.

라벤스브뤼크 강제수용소는 나치 시절 체제에 반항한 여성을 가둬놓은 여성 전용 수용소였다.

이 수용소의 일부 수감자는 다른 강제수용소에 성노예로 보내지기도 했던 만큼, 한국에서 온 작은 소녀상을 소중히 여긴 것이다.

당시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는 기념관을 찾아 작은 소녀상과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대사관 측이 이를 알게 된 후 지난해 1월께 브란덴부르크주 당국과 기념관을 상대로 항의하며 전시물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한 대표는 “당시 기념관 측과의 통화와 이메일을 통해 주 당국과 기념관이 일본 측의 압력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일본 측의 지나친 반응에 당황해한 기념관 측은 일본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이유를 묻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일본 측의 전방위적이고 집요한 압박 속에서 기념관 측은 작은 소녀상을 전시 작품에서 제외했다. 

독일에서 소녀상 전시 등과 관련한 일본의 방해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베를린의 여성 예술가 전시관인 ‘게독’(GEDOK)이 지난 2일 시작한 ‘토이스 아 어스’(TOYS ARE US) 전시회에 소녀상이 출품되자, 주독 일본대사관은 게독 측에 공문을 보냈다.

전시된 소녀상은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출품된 소녀상과 같이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작품이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일본대사관 명의의 공문에서 일본은 “일본과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2015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를 했다”면서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화해·치유 재단을 해산한 것은 2015년 양국 합의의 관점에서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게독에 전시된 소녀상은 지난 6월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독일 교회의 날’ 기념 전시회에서도 전시됐는데. 당시 일본 뒤셀도르프 총영사관이 전시관 측에 연락해 철거 요청을 했다고 전시 관계자들이 전했다.

2일 전시관을 찾은 일본인 여성 미술가인 아이 코바야시는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단체들이 소녀상을 걸고넘어지고 있는 게 문제”라며 “일본에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가짜뉴스가 너무 많고, 미디어는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17년 3월에 남부도시 비젠트의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에 유럽에서는 최초로 세워진 소녀상에 대해서도 일본 측이 공원 측에 철거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같은 해 공원 측은 소녀상은 철거하지 않되, 소녀상을 설명한 비문을 철거했다.

재독동포 단체인 풍경세계문화협의회가 본에 있는 여성박물관에도 소녀상을 세우려고 추진해왔지만, 일본 측의 방해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2016년에는 수원시가 자매결연을 한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소녀상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일본 측의 항의로 무산됐다.

일본 측 인사들이 프라이부르크 시 당국을 찾아 강력히 항의한 것이다.

프라이부르크와 자매결연을 해온 일본의 도시 마쓰야마는 소녀상을 세울 경우 단교하겠다는 뜻까지 전하며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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