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지난 2일 한국을 수출 우대 국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강행했다.2004년 이후 유지돼 온 화이트리스트(White List·백색국가)에서 빼겠다는 것이다.화이트리스트 지정국가는 전략물자 수출이 안보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우방국을 뜻한다.이 리스트 제외는 반대로 더 이상 터놓고 지내는 이웃으로 생각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 리스트에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미국,영국,프랑스,독일,아르헨티나,호주,오스트리아,벨기에,불가리아,캐나다,체코,덴마크,핀란드,그리스,헝가리,아일랜드,이탈리아,룩셈부르크,네덜란드,뉴질랜드,노르웨이,폴란드,포르투갈,스페인,스웨덴,스위스를 비롯한 27개국이 포함돼 있었다.대상국의 면면만 봐도 가장 가까운 이웃인 우리나라만 쏙 빼는 것이 어색해 보인다.

이번 조치는 7월4일 불화수소(에칭가스),플루오린 폴리이미드,포토리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주요 3개 품목을 제외한데 이은 것이다.앞으로 1100개 이상의 전략물자 수출 때 일일이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일반규제를 넘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을 정부 통제 하에 두려는 것이다.자유무역 국제질서에 반하는 것이다.전략물자 유출을 우려한 조치라지만 궁색하다.

일본이 무리한 조치를 강행한 것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보인다.더 나아가면 동북아 질서 재편과정에서의 입지 축소에 대한 위기감,개헌을 통한 전쟁가능국가로 전환하려는 아베 정권의 속셈이 깔려 있다고 한다.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첨예한 갈등을 야기하고,이를 발판으로 군국주의시대로 회귀하려는 불온한 기도가 있다는 것이다.

일련의 사태는 전범 국가라는 원죄를 벗지 못한 일본이 스스로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일이다.같은 전범국가이면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과를 거듭하는 독일과 대비된다.지난 6월 방한한 하토야마 유키오(72) 전 일본 총리가 “상대방이 됐다고 할 때까지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라며 일본의 무한책임론을 폈다.일본의 행태는 결국 자기얼굴에 전범 낙인을 찍는 꼴이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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