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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공감의 발견

김병현 강원도교육청 파견교사

데스크 2019년 08월 06일 화요일
▲ 김병현 강원도교육청 파견교사
▲ 김병현 강원도교육청 파견교사

지금 고3,그러니까 학교의 가장 선배는 2001년생이다.이제 학교가 이른바 포스트밀레니얼 세대로 가득 찬 것이다.이들 세대는 기존 세대와 본질적으로 다른 경험을 하며 자랐다.

지금 아이들은 한글 프로그램의 저장버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디스켓이라는 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전화기도 실제로 본 적이 없어 휴대폰의 통화 버튼이 수화기 모양을 본떴다는 것도 모른다.PMP로 인터넷 강의를 본다거나,전자사전으로 영단어를 찾을 일도 없으며,MP3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고,미니홈피에 일상을 기록하는 일도 경험하지 못했다.소풍날 일회용카메라를 챙겨갔다거나,종이지도를 보며 길을 찾는 일은 아이들에게 흑백사진 속 이야기나 다를 바 없다.이들은 이 모든 것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한다.스마트폰으로 생활의 거의 모든 것을 대체하는 일은 전 세대에게 해당되지만,특히 요즘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태초부터 존재했던 것이며,이것이 없는 시대를 경험한 적도,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는 요즘 아이들의 생각과 생활양상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학교 쉬는 시간에 아이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에 빠져있다.SNS를 통해 지구 반대편과도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됐지만 정작 자기 옆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할 기회는 더욱 줄어든 것이다.이 때문인지 선생님들은 요즘 아이들에 대한 가장 큰 고민으로 ‘공감능력의 부족’을 꼽는다.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스마트폰 화면 속의 영상 또는 텍스트로 존재하기에 그런 일들이 실재한다는 사실에 무감해지는 것이다.실제 얼굴을 보고 말하지 않기에 험한 말들을 댓글로 쏟아내고,조롱한다.

이는 아이들의 정서적 부분에도 영향을 준다.샌디에이고주립대 심리학 교수인 진 트웬지 박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친구들과 거의 매일 직접 만나서 노는 청소년의 숫자는 2000년에서 2015년 사이 40%이상 줄어들었고,스마트폰이 확산된 2011년 이후에는 청소년기 우울증과 자살률이 급증했다.SNS를 지나치게 많이 하는 학생은 또래 평균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27% 더 높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공감할 기회를 빼앗고 우울증을 선물한 존재는 바로 어른들이 아닐까?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정치인들의 막말에는 서로에 대한 존중을 찾아볼 수 없다.인터넷 댓글을 도배하는 혐오와 차별의 언어에는 인간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없다.1년마다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해 아이들 손에 쥐여주는 자본주의는 공감의 깊이로 침잠할 시간과 여유를 주지 않는다.

공감의 부재는 자기 자신을 피폐하게 하고 사회를 병들게 한다.우리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공감능력을 키우도록 도와야 한다.학교는 아이들이 매일 얼굴을 맞대고 친구를 만나는 최초의 사회화 공간이기에 공감능력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장소다.

동물행동학자 드 발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에게 공감능력은 본능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말한다.공동체의 생존에 필수적인 모든 사회적 가치는 공감 본능에서 비롯됐다고 말하는 것이다.

공감능력이 후천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타고난다는 분석은 우리에게 희망을 갖게 한다.학교에서 아이들이 해야 할 것은 공감능력의 발견이다.무엇보다 어른들이 먼저 공감의 언어로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일 때, 세상은 스마트폰 너머에 존재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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