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협상서 유리한 고지 선점 의도…남북미 모두 상황 관리와 위기 통제”

▲ 트럼프 “北단거리 미사일 발사 언짢지 않다”      (워싱턴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괜찮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언짢지 않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고 말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ymarsha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트럼프 “北단거리 미사일 발사 언짢지 않다”
북한이 하반기 한미연합연습 이튿날인 6일 미상 발사체 발사를 강행하고 ‘새로운 길’까지 언급하며 강력히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향후 열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자신들의 안보 우려를 테이블 위에 올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압박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 당국은 우리로 하여금 국가안전의 잠재적, 직접적 위협들을 제거하기 위한 대응조치들을 취하도록 떠민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처음 언급한 것으로 이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등 대미 협상의 고비 때마다 대미 압박용으로 활용해 왔다.

▲ 북한TV,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공개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군사연습과 남측의 신형군사장비 도입에 반발해 지난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조직, 지휘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TEL) 위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장착된 모습. 2019.7.26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북한TV,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공개


북한은 말에만 그치지 않고 이날 새벽 남쪽과 가까운 황해남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2회의 미상 발사체를 또다시 발사했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는 지난달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보이는 발사체를 쏜 이후 13일 동안 4번째다.

북한이 실제 한미연합연습이 시작되자 ‘거친 말’과 ‘군사행동’으로 반발 수위를 더욱 높인 셈이다.

사실 이번 한미연합연습은 병력과 장비를 실제로 기동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지휘소연습(CPX) 형태로 진행되는 데다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명칭에서도 ‘동맹’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은 뉴욕채널을 통해 한미연합연습의 성격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고 북한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해가는 과정으로 전해졌다.
▲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뒤 박수치는 김정은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군사연습과 남측의 신형군사장비 도입에 반발해 지난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조직, 지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진. 2019.7.26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뒤 박수치는 김정은

그럼에도 북한이 고강도 반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신들의 안보 우려를 강조하려는 속내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과 남조선당국이 입만 벌리면 합동군사연습이 ‘방어적’이라느니, 전투준비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느니 떠들고 있는데 우리 역시 국가방위에 필수적인 위력한 물리적 수단들을 개발, 시험, 배비(배치)하지 않으면 안되게 될 것”이라며 “일방은 공약을 줴버려도 되고 우리만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미 양국이 방어를 내세워 연합연습을 하는 만큼 자신들도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고 방어 차원에서 무기 개발과 시험 발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으로 사실상 안보 우려를 부각한 셈이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잇달아 발사체를 개발해 시험 발사한 것도 안보 우려에 대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런 안보 우려를 내세워 향후 열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체제 안전 보장과 그 첫 번째 과제라 할 수 있는 한미 연합연습 문제를 최우선 핵심 안건으로 다루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무협상에서 그 어떤 형태이든 한미 군사연습의 완전한 중단과 나아가 폐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은 대북 제재 해제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던 하노이 회담의 실패 이후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상응 조치의 우선순위를 체제 안전 보장으로 바꿨음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이런 연장선에서 자위적 국방력 강화 차원의 군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이 이날 담화에서 안보 우려와 연계해 대화를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대변인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군사적 적대행위들이 계속되는 한 대화의 동력은 점점 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자위적 차원의 저강도 군사 행보로, 나름대로 대화와 함께 한반도 정세의 상황 관리에 대한 여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다.

대변인이 “대화 상대방을 겨냥한 전쟁 모의판이 벌어지고 있는 때에 건설적인 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리치”라고 언급한 것은 연합연습이 끝나는 이달 실무협상 재개를 언급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심지어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까지 비난 발언을 자제하며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평화전략연구실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한미 훈련 종료 이후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염두에 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방법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일종의 몸값 올리기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실무 협상 재개를 위한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고, 우리 정부 역시 ‘강한 우려’나 ‘깊은 유감’ 정도의 표현으로 북한에 대한 맞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며 남북미 모두 상황 관리와 위기를 통제하고 있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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