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휴가차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스마트폰이 파손되는 바람에 큰 낭패를 봤다.불편함은 한둘이 아니었다.당장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되면서 일행에게 빌붙는 신세가 됐고 구글지도를 볼수 없으니 일행뒤만 졸졸 쫓아다녔다.귀국 전날 항공사 애플리케이션으로 체크인을 하지 못해 비행기 중간 좌석에서 10시간 넘게 옴짝달싹 못하는 고생을 감수해야 했다.이처럼 일상은 물론 여행에서도 스마트폰에 의지하다 갑자기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자 패닉에 빠진 기분이 들었다.

스마트폰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세상이 변해버리면서 ‘폰아일체’(물아일체를 빗댄 표현으로 휴대폰과 내가 일체된 상태)를 일컫는 신조어까지 나왔다.지난해 영국 케임브리지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을 때 느끼는 불안이나 초조를 나타내는 ‘노 모바일 폰 포비아(no mobile phone phobia)’의 줄임말인 ‘노모포비아(nomophobia)’를 선정하기도 했다.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의 77.4%가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한다’고 답했고,‘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다’는 응답도 35.8%에 달할 정도로 ‘노모포비아 증후군’은 심각한 상태다.

스마트폰 방전으로 업무나 일상생활에서 차질을 빚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방전 패닉’이란 말까지 생겨났다.LG전자가 지난 2016년 미국 소비자 200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에서 응답자 10명 중 9명이 ‘배터리 방전 증후군(low battery anxiety)’을 앓는다고 답할 정도로 대부분의 사용자가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폰아일체’시대답게 해외여행 준비품목도 여권이나 비행기표,지갑에서 스마트폰과 충전기,보조배터리로 바뀌었지만 스마트폰 없이 며칠을 생활하다 보니 점차 멘붕상태에서 벗어나 진짜 휴가를 온 것 같은 평안함을 느꼈다.스마트폰이 정보통신기술 시대의 최고 발명품이기는 하지만 예전에 배우 한석규씨가 나왔던 휴대폰 광고의 멘트처럼 “잠시 꺼두셔도” 좋을것 같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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