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퍼, 구체적 수치 언급 없었다"…일단 '로우키 모드' 관측
美, 방위비 글로벌 리뷰작업 완료…정부, '대폭증액' 요구에 대응논리 개발

▲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논의했습니까"(기자)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의 8∼9일 첫 방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매우 부유한 나라'(very wealthy nation)라며 분담금 인상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직후 이뤄진 행보여서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2시간여 간에 걸쳐 국방장관회담을 하고 각종 안보 이슈를 논의했다. 점심은 도시락으로 때웠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30분가량 면담하고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도 예방했다.

이처럼 이날 온종일 바쁘게 움직였던 에스퍼 장관은 그러나 기자들의 방위비 관련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정부 당국자들은 에스퍼 장관이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연쇄 회동 과정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종의 상견례 성격의 회담이었다"며 "방위비 등 돈 이야기가 오고 갈만한 자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최근 언론에서 언급됐던 "숫자(방위비 증액 요구 규모)라든지, 이런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미가 이르면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돌입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에스퍼 장관이 어떤 식으로든 우리 정부에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전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앞서 지난달 24일 방한했던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정경두 장관 등을 연이어 만나 면담 시간의 절반 이상을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있는 '관심사'다.

미 국무부는 8일(현지시간)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제'며, 동맹들이 더 부담하길 원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명명백백하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이 이번 방한 과정에서 방위비 증액을 노골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양국 간의 피 말리는 방위비 협상 국면이 사실상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지난해부터 진행해 온 해외 주둔 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글로벌 리뷰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되는 건 역시 미국이 생각하는 방위비 분담금의 증액 수준이다.

미국은 그간 자신들이 부담해 온 주한미군 인건비와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도 한국 측이 부담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볼턴 보좌관이 지난달 방한 당시 주한미군 운용을 위해 미국 정부가 1년간 사용하는 비용이 48억 달러(5조8천억원)라는 추산액을 제시하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청와대 측은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이라며 일축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주무 부처인 외교부는 미국이 차기 협상에서 분담금증액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 하에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일정 규모의 증액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일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반박 논리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금을 향해 협의해 나간다는 데 (한미가) 공감하고 있다"며 "한미동맹에는 우리 측 기여도 분명히 있는 부분이므로 앞으로 협상해 가면서 합의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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