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절반 못 미쳐 산지폐기, 정부·농협·지자체 대책을

농사를 잘 지어놓고도 판로가 없어 그 자리에서 갈아엎는 일만큼 참담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그런데 이런 일이 강원도의 고랭지채소 농가에서 종종 목격하게 되는 일입니다.땀 흘려 농사를 짓고 그 수고한 대가를 얻도록 해야 하는 것이 정상일 것입니다.이것이야말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리 농업이 그래도 희망을 갖게 하는 일일 것입니다.특히 농업은 다른 공산품과는 달리 국민의 식량을 확보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안정적 생산기반이 보장돼야 합니다.그래야 식량의 주권,식량의 안보를 지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한창 출하기를 맞은 고랭지채소 값이 폭락해 농업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고랭지채소의 경우 지난 9일 무 20㎏ 1상자(가락동 시장기준)에 631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3623원에 비하면 3분의 1에 지나지 않습니다.배추도 상품 10㎏ 1망에 평년보다 25%가량 떨어진 6000원~7000 원 선에 거래된다고 합니다.가격이 이처럼 폭락하면서 출하비용조차 건지기 어렵게 되자 산지에서 그대로 갈아엎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이런 모습을 지켜봐야하는 소비자들도 안타깝기 짝이 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고랭지 채소는 작황이나 그해의 기상여건에 따라 가격등락이 심한 편에 속하는 작물입니다.이런 작목의 특성을 감안하더라고 이렇게 밭에서 그대로 갈아엎는 일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이런 점은 이전에 반복적으로 경험한 일이고 충분히 예견된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됐어야 할 것입니다.더 우려스러운 것은 산지에서는 폐기처분할 정도인데도 소비자 가격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농업인과 소비자의 중간 과정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얘길 것입니다.

크게 두 가지 측면의 문제가 있었고,대책의 시사점일 것입니다.먼저 기상과 소비패턴의 변화 등을 면밀히 분석,수급을 조절해야 합니다.더 이상 요행으로 농사를 짓는 시대가 아닙니다.또 하나는 올해의 경우에서 보듯 복잡한 유통구조를 개혁하는 일입니다.풍년 농사에도 농업인·소비자 모두가 피해를 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돼서는 곤란할 것입니다.그러나 개별 농가나 농업인이 이런 일을 감당하기는 어렵습니다.정부와 농협,자치단체가 제 역할을 다해야합니다.‘산지폐기 농정’의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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