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산가족의 날
도내 이산가족 생존자 3278명
80대 이상 64.2% 대다수 고령
올해 상봉행사 없어 아쉬움 커


“함경남도 북청군 양화면 유호리 124번지….”

실향민촌인 속초 청호동 아바이마을에 거주하는 김진국(80) 할아버지는 60여년 전 자신이 뛰놀던 고향의 주소를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김진국 할아버지는 전쟁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약속했지만 부모님은 이미 세상을 떠났을 나이고,다른 가족들은 만나도 누가 누군지 모를 현실속에 애만 태우고 있다.김 할아버지는 “나같은 실향민들은 죽기 전에 그리운 고향땅을 한번이라도 밟아보는게 소원이다”면서 “올해는 상봉행사와 관련된 얘기는 전혀 없어 그저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평안남도 순천이 고향인 이모(86·춘천) 할아버지는 중공군의 공세에 정부가 수도 서울에서 철수한 1951년 1월4일 당시 피난길에서 가족들과 생이별했다.이후 1980년대부터 헤어진 부모님과 여동생 3명의 얼굴을 보기위해 이산가족 상봉을 지속적으로 신청했지만 매번 최종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결국 이산가족 상봉의 꿈을 포기하고 북녘 가족들을 가슴에 묻고 지내온 이 할아버지는 지난 5월 이산의 한을 풀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이산가족의 날(8월12일)을 맞았지만 상봉행사와 관련된 정부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아 북녘에 가족과 삶의 터전을 두고 온 강원도내 이산가족들과 실향민들이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까지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도내 생존자는 3278명으로 집계됐다.이는 전국 이산가족(5만4403명) 중 6.0%로,경기(30.0%),서울(26.6%),인천(8.3%)에 이어 네번째로 높은 비율이다.생존 이산가족 중 80대 이상은 어느새 절반을 넘어 64.2%(90대 이상 23.7%·80대 40.5%)를 차지했다.도내에서는 매년 평균 150명의 이산가족이 세상을 뜨면서 10년 전인 2009년 6월(5219명)과 비교하면 1941명이나 줄었다. 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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