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언별리 주민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피서객 10%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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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서객이 단경골 도로변에 버린 쓰레기.


 “종이 상자에 물건을 가득 담아 오는 젊은이들을 보면 겁이 나. 먹고 그대로 버리고 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지.” 밤사이 비가 내려 더욱 청정하게 느껴지는 강원 강릉시 강동면 언별리 ‘단경골’ 계곡.

12일 찾은 단경골은 맑은 물과 울창한 숲,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한눈에 보기에도 여름 피서지로서는 그만이었다. 하지만 심산유곡을 조금 더 오르자 도로변에 종이 상자에 담아 버린 쓰레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쓰레기가 담긴 종이 상자는 밤사이 내린 비에 흠뻑 젖어 한쪽이 무너져 내렸다. 계곡 주변에서는 고기를 구워 먹는데 사용한 도구 등도 발견됐다.

개울 건너 소나무 숲에는 누군가 버리고 간 돗자리가 나부끼고 있었다. 도로 주변 수풀에는 운전자들이 달리는 차량에서 버린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도 있었다.

그나마 도로변은 눈에 띄기 때문에 치울 수 있지만 한번 들어가면 밖에서 보이지 않는 숲속은 치울 방법이 없다. 쓰레기를 배출할 때는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등을 분류해 종량제 봉투에 넣어 내놓도록 하고 있지만, 이곳의 쓰레기는 뒤죽박죽인 상태로 버려지고 있다.

언별리 주민들에 따르면 피서객들이 대부분 대형마트에서 종이 상자에 물건을 담아오다 보니 쓰레기를 담아 버릴 종량제 봉투를 따로 사 오는 사람은 10% 정도에 그치고 있다.

피서객 10명 중 9명은 마트에서 장을 본 뒤 종이 상자에 담아오고, 쓰레기와 종이상자를 현장에 그대로 버리는 셈이다.

이곳 주민들은 매일 새벽에 한번, 오후에 한 번씩 두 차례 쓰레기를 치우는데 이 쓰레기는 전날 주민들이 다 치우고 간 뒤 피서객이 내다 버린 것이다. 주민들이 치우는 데 가장 골치를 앓는 것은 국물이 있는 음식물이다.

주민들은 종이상자나 비닐봉지에 넣어 버린 쓰레기를 치우던 도중 라면 국물 등이 쏟아지는 바람에 낭패를 보기도 한다. 가족 단위로 오는 피서객은 그나마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만, 종이 상장에 물건을 가득 담아 오는 젊은이들은 먹고 그대로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

쓰레기를 치우는 주민들이 대부분 마을 노인이다 보니 계곡물을 건너가는 젊은이들에게는 쓰레기를 가능한 도로변에 버려달라고 하소연할 정도다.

악취까지 진동하던 지난해에 비해 쓰레기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주민들에게 묻자 “피서철 쓰레기를 버리는 건 똑같다”면서 “올해는 피서객이 지난해보다 줄어 쓰레기가 감소한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계곡에 전기 매트나 돗자리를 버리고 가는 것은 지난해나 올해나 여전했다. 피서객이 떠난 자리에서는 집안에서 사용하던 의자 등도 버려졌다. 쓰레기를 버리는 피서객뿐만 아니라 안전선을 무시하고, 깊은 물에 들어가는 피서객도 꽤 있다.

이들은 주민들이 위험한 곳에 부표를 띄워 놓으면 밀어 버리고 들어가거나, 부표를 물놀이 도구처럼 갖고 놀기도 한다. 주민 A씨는 “젊은이들은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사 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 데다 계곡 건너편에 쓰레기를 놔두면 노인들이 치우기 힘들다고 목이 터지라 말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쓰레기를 휙 버리고 가는 걸 보고 뭐라고 지적하면 왜 잔소리하냐며 빤히 쳐다보고 간다”며 “깨끗한 계곡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관행은 20년은 걸려야 없어질 것 같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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