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평창에서 살았던 필자가 여름방학이면 꼭 가보고 싶었던 피서지는 푸른 바다와 백사장이 아름다운 강릉 경포해수욕장이었다.당시로서는 평창을 벗어나는 데만 버스로 비포장길을 두 시간 이상 달려야 했다.여기에 아흔아홉 굽이 대관령을 넘어야 강릉 바닷가에 닿을 수 있었다.그럼에도 어린 마음은 늘 바닷물이 얼마나 짠지 궁금했고,백사장 모래찜질도 해보고 싶었다.하지만 필자가 경포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을 밟은 것은 그로부터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후인 대학시절 동아리 수련회였다.

예나 지금이나 해수욕장은 여름철 가장 인기가 많은 휴가지다.경포해수욕장을 비롯한 강원도 동해안 6개 시·군의 각 해수욕장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인파로 붐볐다.그러나 동해안 해수욕장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2017년까지 2000만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찾았던 도내 해수욕장은 지난해에는 1800만명 남짓으로 줄어들었다.이번 주말을 고비로 폐장하는 올해는 이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매년 해수욕장 방문객이 줄어드는 원인은 다양하다.먼저 기상악화를 꼽는다.비가 많이 내려도 피서객이 줄어들고,폭염이 이어져도 인적이 뜸해진다.여기에 매년 반복되는 바가지요금 시비도 피서객의 발길을 주저하게 만든다.무엇보다 국민들의 여름휴가 패턴 변화가 원인이다.여름철에 집중되던 휴가시기는 봄과 가을로 확대됐다.피서지도 산과 계곡을 찾거나 도심에 있는 워터파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호텔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호캉스족’도 늘었다.

갈수록 줄어드는 휴가객을 유치하기 위한 해수욕장들의 변신도 이어지고 있다.백사장에 별도의 야외풀장을 설치하는가 하면,다양한 문화공연을 통해 피서객을 유인하고 있다.특히 속초시는 도내 처음으로 야간 해수욕장을 개장해 인기를 끌었다.백사장에 설치되어 있던 야광투광등을 활용해 수영시간을 밤 9시까지 연장했다.그 덕분에 한 낮의 폭염을 피해 매일 3000여 명의 피서객이 찾았다.

이미 누구나 찾고 싶었던 화려한 그시절의 해수욕장은 아닌 셈이다.이젠 바뀌지 않으면 피서객은 점점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내년 도내 해수욕장의 화려한 변신을 기대한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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