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올스타전 덩크왕 출신
나이 많으면 랭킹 포인트 불리하지만 ‘당당하게 실력으로 보여주마’

▲ 10일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기념촬영을 한 이승준(오른쪽에서 두 번째).[한국 3대3 농구연맹 제공]
▲ 10일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기념촬영을 한 이승준(오른쪽에서 두 번째).[한국 3대3 농구연맹 제공]
남자농구 국가대표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던 이승준(41·205㎝)이 국내 3대3 농구 리그에서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며 ‘제2의 농구 인생’을 장식하고 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승준은 2007-2008시즌 에릭 산드린이라는 영어 이름의 외국인 선수로 처음 국내 프로농구에 데뷔했다.

이후 2009년 신설된 귀화 혼혈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서울 삼성에 지명돼 프로농구와 인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승준은 2015-2016시즌까지 활약했다.

2010년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뽑힌 그는 현역 시절 화려한 개인기와 호쾌한 덩크슛 실력 등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9-2010시즌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고 올스타전 덩크슛 콘테스트에서 네 번이나 챔피언에 올라 이 부문 최다 기록을 보유 중이다.

2016년 SK에서 은퇴한 그는 이후 3대3 농구에 입문했고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1층 특설코트에서 열린 2019 코리아 3대3 프리미어리그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마지막 득점을 올리며 플레이오프 MVP가 됐다.

3대3 농구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개최된다.

5대5 농구에서는 아시안게임까지 출전했던 그가 40세를 넘긴 나이에 3대3 종목에서 올림픽 태극 마크의 꿈을 꾸게 됐다.

사실 3대3 농구는 20대 젊은 선수들을 위한 종목이다.

3대3 농구에서는 선수 개인 랭킹이 중요한데 만 35세가 넘은 선수들에 대해서는 랭킹 포인트 분배에 핸디캡을 줄 정도로 젊은 선수들을 우대한다.

흔히 ‘노장이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잘했으면 랭킹 포인트를 더 주는 게 맞지 않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3대3 농구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다.

13일 서울 강남구 한국 3대3 농구연맹 사무실에서 만난 이승준은 “그게 국제농구연맹(FIBA)에서 ‘이 종목은 나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만든 게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하는 부분”이라며 “미국프로농구(NBA)나 유로리그 등에서 뛰던 노장 선수들이 이쪽으로 넘어와서 평정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40세가 넘은 이승준은 국내 리그에서 MVP가 됐고 내년 올림픽 출전까지 노리고 있다.



이승준은 “9년 전 아시안게임은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라며 “중국하고 결승에서 NBA 출신 왕즈즈의 슛을 한 번 블록했는데 이후 왕즈즈의 얼굴색이 변하더니 그 뒤로 3점슛에 골밑 득점까지 정말 너무 잘하더라”라고 회상했다.

그는 “우리나라 농구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올림픽에 못 나갔지만 내년 도쿄 대회부터 3대3 농구도 추가됐기 때문에 좋은 기회인 것 같다”며 “농구가 올림픽에 다시 나간다면 국내 인기 부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승준은 10일 롯데월드몰 특설 코트에서 결승전을 떠올리며 “팬들과 가까이 호흡하면서 빠른 템포와 화려한 플레이로 승부가 정해진다는 것이 3대3 농구의 묘미”라며 “백코트가 없어서 편할 것 같지만 오히려 농구 외에 격투기와 레슬링, 씨름까지 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격렬하고 힘든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주 동부에서 뛰던 2013-2014시즌에 아킬레스건을 심하게 다쳐 2014-2015시즌은 통째로 쉬었을 정도로 부상에 시달렸다.

2015-2016시즌 서울 SK로 옮겼지만 결국 그 시즌을 끝으로 프로농구에서 은퇴했다.

이승준에게 ‘그때 다친 부위는 괜찮으냐’고 묻자 “수술도 잘 돼서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문제는 역시 많은 나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올스타전 덩크왕에 네 번이나 올랐지만 “이제는 워밍업을 열심히 잘하면 겨우 몇 번 덩크 할 수 있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팀이 우승해서 다른 팀 동료 선수들의 개인 랭킹은 쭉쭉 올라가는데 저는 (나이 핸디캡 제도 때문에) 반대로 계속 내려간다”며 “그래도 선수라면 올림픽은 꼭 나가보고 싶은 대회”라고 의지를 내보였다.

프로농구 선수 시절에도 한국어를 곧잘 했지만 훨씬 유창해진 우리나라 말로 인터뷰한 그는 “올해 SK로 옮긴 전태풍과 함께 3대3 농구를 한다면 정말 재미있고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몸 상태도 좋고 무엇보다 제가 농구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3대3은 나이가 더 많아져도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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