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묵 악단 김진묵 대표
클래식 공부 중 트로트 입문
타향서 ‘우리음악’ 의미 찾아
“듣고 자란 민요 내 음악 뿌리”
김진묵 악단·극단 굴레
광복절 ‘꽃 그리고 새’ 공연

▲ ‘꽃 그리고 새’ 공연 모습.
▲ ‘꽃 그리고 새’ 공연 모습.


“문화에는 우열이 있을 수 없다.자기네 문화가 우월하다고 생각하면 폭력을 정당화하게 되고 타 문화를 추종하면 수모를 당한다”

광복절인 15일 춘천에서 활동하는 김진묵 악단(대표 김진묵)과 극단 굴레(대표 오일주)가 한림대 일송아트홀에서 공연 ‘꽃 그리고 새’를 선보인다.12인조 악단과 연기,춤,영상,나레이션,악극,즉흥연주 등 다양한 장르를 융합,처절했던 부모 세대의 아픔을 노래하는 무대다.트로트 음악을 기반으로 동학농민혁명부터 한국전쟁까지 권력에 희생된 민초들의 삶을 두드린다.

공연을 앞두고 본지와 만난 김진묵 대표는 “19세기 악성은 베토벤이고 20세기 악성은 비틀스,그리고 현재는 방탄소년단”이라며 “방탄소년단도 공연에서 부채춤과 북청사자놀음,봉산탈춤을 차용했는데,나도 악극으로 우리 음악의 세계화 물꼬를 트고 싶다”고 했다.

정통 클래식 전문가이자 국내 최초 재즈음악평론가인 그가 트로트와 민요에 빠진 이유는 ‘우리 언어로 된 노래’이기 때문이다.민요 이후 1800년대 후반부터 ‘황성옛터’,‘사의찬미’,‘희망가’,‘오빠는 풍각쟁이’ 등의 대중가요들이 우리네 이야기를 담아 지금까지 진화해 왔다.김 대표는 “미국 음악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음악 대부분이 미국 대중음악이란 사실을 알고 너무 억울해서 눈물을 흘렸다”면서 “그간 외면해 왔던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해 깊은 의미를 두기 시작했고,그때부터 트로트가 좋아졌다”고 했다.일본 엔카도 우리나라 트로트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일본 엔카의 창시자 고가 마사오를 인용,“고가 마사오가 ‘엔카의 정서는 반도에서 나왔다.어렸을 때부터 조선 민요를 듣고 자란것이 내 음악의 뿌리’라고 했다”며 “엔카가 우리 음악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 김진묵 악단의 김진묵 대표.
서울에 살던 그는 1990년 춘천 북산면 오항리에 자리잡았다.자연 속에 살고 싶은데 생계 때문에 서울과 멀어질 수는 없었기 때문이란다.대신 춘천 중에서도 오지를 택했다.10년간의 음악 전문기자 활동을 정리하고 4년간 인도,유럽,아프리카,베트남,중국 등 음악을 위한 세계여행을 다녀왔다.각 나라의 음악을 경험한 후 우리 언어로 된 음악을 연주하고 싶어진 그는 2013년 춘천시립교향악단과 협연으로 데뷔했다.최근에는 악단을 통해 우리 전통 음악에 재즈와 블루스를 접목해 나가고 있다.

올림픽을 앞두고 제작한 ‘꽃 그리고 새’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문화공연 강원도지사 표창작으로 광복절을 맞아 다시한번 도민들에게 선보이기로 했다.다음 행보는 직접 시나리오를 쓴 악극 ‘트로이카’ 제작이다.근대부터 해방까지 권력 시스템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다룬 이야기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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