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헌법에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 명시…불가역적 시장화 흐름 반영한듯
시장 2010년 200여개서 2017년 400여개로 두배 늘어…금융·노동도 시장화

▲ 문 대통령, “평화경제 구축하고 통일로 광복 완성할 것”     (천안=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19.8.15     sco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19.8.15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경제’ 구상에 대해 역설하면서 북한 경제의 시장화 흐름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함에 따라 실제 북한의 시장화가 어느 정도까지 진전됐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평화로 번영을 이루는 평화경제를 구축하고 통일로 광복을 완성하고자 한다”면서 “평화경제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새로운 한반도’의 문을 열겠다”, “평화경제를 통해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만들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일방적으로 돕자는 것이 아니다. 남북 상호 간 이익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며, 함께 잘살자는 것”이라며 “북한도 경제건설 총노선으로 국가정책을 전환했고 시장경제의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 간에 한 방향의 대북 원조를 넘어 남북한 두 개의 시장이 ‘상호협력’할 수 있다는 담론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 시장경제 시스템은 이미 북한 경제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자 ‘대세’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쳐 국가 배급체계가 완전히 붕괴하고 장마당 거래가 활성화한 상태에서 집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단행한 각종 경제개혁 조치가 더해진 결과라는 게 많은 탈북자와 전문가의 분석이다.

김정은표 ‘북한판 시장경제’는 지난 2013년 도입된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를 뼈대로 한다.

효율성 제고를 위해 생산, 판매, 투자 등 경영활동에 대한 기업의 자율성과 재량권을 확대한 정책으로 시장경제에 한발짝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이 조치에 따라 북한에서 기업과 협동농장의 잉여생산물 처분 권한이 커졌고, 근로자의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인센티브 격차도 확대됐다.

기업들은 시장을 통해 원료를 사들여 생산하고 제품을 다시 시장에 팔아 이윤을 확보한 뒤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분야에서는 협동농장 말단 단위를 기존 10∼15명에서 3∼5명으로 대폭 축소한 ‘포전담당제’가 도입됐다. 사실상의 가족영농제로, 농민들의 근로의욕 고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급기야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당시 개정 헌법에 경제관리에서 “내각의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인다”며 경제주체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를 ‘국가의 경제관리 방법’(제33조)으로 명시했다.

대외선전매체 ‘내나라’에 공개된 개정헌법 전문에 따르면 제33조는 “국가는 경제관리에서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를 실시하며 원가, 가격, 수익성 같은 경제적 공간을 옳게 이용하도록 한다”고 했다.



이런 국가 주도의 ‘경제개혁’ 조치가 맞물리면서 자연스레 민간 영역의 시장화는 더욱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복수의 탈북자 증언 등에 따르면 북한의 시장화는 종합시장을 넘어 부동산과 노동력, 자본 등을 거래하는 단계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북한에서 주택은 국가가 지어 주민에게 장기임대 형태로 무상 임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돈을 주고 사는 사인 간 거래가 일반적이다. 본래 ‘주택사용료’ 징수를 담당하는 지역 및 기업소 주택지도원들이 부동산 중개인으로 활약하며 중개료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주택 개보수 공사 때 건설노동자나 미장공, 목수 등을 일당을 주고 모집하고, 농촌에서도 영농철에는 곡물을 보수로 일꾼을 고용하는 게 일상화하면서 자연스레 노동력 시장까지 형성되고 있다.

심지어 은행의 기본업무인 대출, 송금, 환전 등을 대행하는 사금융이 시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사채를 종잣돈으로 상행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연이율이 50∼60%에 달하고 오토바이, 냉장고, 주택 등을 담보로 설정한다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017년 2월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북한의 종합시장이 439개로 시장화 정도가 40% 정도 돼 헝가리, 폴란드 등의 체제전환 직전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에 따르면 북한 전역의 시장 숫자는 2010년 200여개에서 2017년 400여개로 두배 넘게 늘어나는 등 시장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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