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복·궤멸 노린 조치’ 인식…‘북미대화 올인’ 기조 연장선 분석도

▲ 북한 조평통, 文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비난 담화…중앙통신만 보도     (서울=연합뉴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하는 대변인 담화를 내고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조평통 담화를 게재한 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쳐. 2019.8.16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하는 대변인 담화를 내고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조평통 담화를 게재한 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쳐. 2019.8.16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다음날 거친 말과 무력시위로 반발하고 나서 주목된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경축사가 나온 지 만 24시간도 안 된 16일 오전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내고 문 대통령을 겨냥해 저급한 막말 비난을 쏟아냈다.

그런가 하면 조평통 대변인 담화 발표 직후 금강산을 끼고 있는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2발을 쏘며 남측을 향한 ‘군사도발’에 나섰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이어진 남측을 향한 불만 표출이 마치 문 대통령의 경축사를 계기로 절정에 달하는 모양새다.

북한의 이런 반발 배경에는 한미군사연습과 남측의 군비 증강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자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평통 대변인은 이달 말 종료하는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을 언급, “우리 군대의 주력을 90일 내에 ‘궤멸’시키고 대량살육 무기 제거와 ‘주민 생활 안정’ 등을 골자로 하는 전쟁시나리오를 실전에 옮기기 위한 합동 군사연습이 맹렬하게 진행되고 있고 그 무슨 반격 훈련이라는 것까지 시작되고 있는 시점에 북남 ‘대화’를 운운”한다고 반발했다.

또 “말끝마다 평화를 부르짖는데 미국으로부터 사들이는 무인기와 전투기들은 농약이나 뿌리고 교예 비행이나 하는 데 쓰자고 사들였다고 변명할 셈인가. 공화국 북반부 전 지역을 타격하기 위한 정밀유도탄, 다목적 대형수송함 등의 개발 및 능력확보를 목표로 한 ‘국방중기계획’은 무엇이라 설명하겠는가”라며 국방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국방중기계획을 비난했다.

재래식 전력이 남쪽보다 절대 약세인 상황에서 F-35 스텔스기 등 남측의 최첨단 무기 도입이 잇따르고 향후 계획이 발표되는 데다 ‘북한 점령’을 뜻하는 ‘수복지역에 대한 치안·질서 유지’와 ‘안정화 작전’ 언급까지 나오는 데 대한 반발인 셈이다.

▲ 北 엿새 만에 또 발사체 쏴…“강원도서 동해로 2회 발사”      (서울=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16일 “북한이 오늘 아침,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를 2회 발사했다”고 밝혔다. 한미 정보당국은 현재 이 발사체의 고도와 비행거리, 최대 비행속도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비행거리 등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강원도 일대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점으로 미뤄 일단 단거리로 추정된다. 사진은 지난 10일 북한이 함흥에서 발사한 발사체의 모습. 2019.8.16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연합뉴스 자료사진]     hkmpoo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北 엿새 만에 또 발사체 쏴…“강원도서 동해로 2회 발사”


조평통 대변인이 “이 모든 것이 우리를 궤멸시키자는데 목적이 있다”고 반발하고,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사거리가 남측 지역을 염두에 둔 데서 잘 드러난다.

아울러 북한의 격한 대남 비난은 하노이 결렬 이후 ‘선(先) 북미 대화·후(後) 남북대화’ 정책 기조 변화의 연장선으로도 풀이된다.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남측의 ‘중재자’ 역할과 한미공조 기조를 거칠게 비난하며 북미대화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도 남북관계가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로 한발짝도 진전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북 간에 대화와 협력을 해봐야 소용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북 정상의 9·19 평양 공동선언에는 북한 입장에서 절실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명시했지만, 남북 간에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북간 공조가 북미대화의 진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오히려 문 대통령의 조언을 수용해 내놓은 영변 핵시설 폐기 같은 최고지도자의 ‘결단’도 하노이 노딜로 우스꽝스러워진 현재 상황에 대한 판단도 깔려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런 연장선에서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한 “북한의 도발”이나 “북한의 몇차례 우려스러운 행동” 발언 등에 대해 불쾌감을 갖고 거칠게 막말을 쏟아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말하는 등 북측의 대남 비난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당분간 남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하고 있다.



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두고 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며 한미군사연습 이후 북미 대화가 재개돼도 남북 대화는 당장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은 남북미 판문점 회동 이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매체나 외무성 당국자들을 내세워 당분간 남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지속 밝혀왔고 이날 그 입장을 좀 더 명확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북한은 문 대통령 등 남측 당국을 비난한 입장을 전 주민이 접할 수 있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방송 등에 공개하지는 않고 있어 향후 북미 대화의 여부에 따라 남북 대화에 나설 명분을 찾으며 문을 열어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이번 경축사에서 철도 도로 연결이라든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대한 실질적인 재개나 실천 의지 같은 걸 기대했지만, 대화와 교류, 평화와 경제 같은 원론적인 말만 나열했다고 보고 실망이 크다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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