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인근 공항서 이륙했다 새 떼 날아들면서 엔진에 화재”
“230여명 탑승객 중 70여명 부상”…조종사 뛰어난 대처가 승객들 목숨구해

▲ 옥수수밭에 비상착륙한 러시아 여객기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 옥수수밭에 비상착륙한 러시아 여객기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서 15일(현지시간) 국내선 여객기가 이륙 직후 새 떼와 충돌, 엔진에 화재가 발생해 비상착륙 하는 과정에서 70여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아침 크림반도 도시 심페로폴로 가기 위해 모스크바 동남쪽 ‘쥬코프’ 공항을 이륙한 에어버스 A321 여객기가 이륙 직후 갈매기 떼와 충돌했다.

우랄 지역 예카테린부르크에 본사를 둔 지역 항공사인 ‘우랄항공’ 소속의 여객기에는 승객 226명과 승무원 7명 등 모두 233명이 타고 있었다.

뒤이어 새들이 양쪽 날개의 2개 엔진에 모두 빨려 들어가면서 1개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고 다른 엔진도 고장을 일으켰다. 다행히 불은 동체로 옮겨붙지는 않았다.

기장은 곧바로 동체 착륙을 결정하고 엔진을 모두 끈 뒤 착륙기어를 내리지 않은 채로 활주로에서 약 1km 떨어진 옥수수밭에 여객기를 무사히 착륙시켰다.

착륙 바퀴를 이용하지 않고 비행기 몸체만을 이용하는 동체 착륙이었다.

이후 승객들은 승무원들의 안내를 받아 비상 트랩을 이용해 서둘러 탈출했다.

현지 재난의료센터는 이날 사고로 모두 75명이 부상했으나 대다수 부상자는 간단한 치료만 받고 퇴원했으며 1명 만이 계속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승객들은 주로 탈출 과정에서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장의 민첩한 대응과 성공적 착륙으로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한 승객은 현지 언론에 “기장이 상당히 높은 고도에서 비행기를 아주 잘 착륙 시켜 모두가 살아남았다”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많은 네티즌들도 여객기를 성공적으로 착륙 시켜 수많은 승객의 목숨을 구한 조종사들을 칭찬하는 글을 올렸으며, 일부 네티즌은 조종사들에게 상을 주자는 청원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중대 범죄를 수사하는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이 사고와 관련해 범죄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dpa 통신은 전했다.

연방수사위원회는 항공사 측의 항공안전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징역 4년 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에 러시아 항공교통국(Rosaviatsia)은 기장과 승무원의 결정을 지지하고 나섰다.

항공교통국 대변인은 “동체착륙은 옳은 결정이었다”며 “범죄 조사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고 조사팀은 공항의 조류 퇴치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최근 항공 사고가 이어지면서 자국의 항공 안전 개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dpa는 전했다.

지난 5월 승객과 승무원 78명이 탄 러시아 국내선 여객기가 이륙 직후 낙뢰를 맞고 비상착륙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나 4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바 있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